
“오늘은 입춘이다.”
달력 위에서는 분명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말하지만,
거리의 공기는 아직 겨울의 완강한 고집을 놓지 않고 있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 깊숙이 스미는 냉기,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바람은 “봄”이라는 단어를 잠시 유예시킨다.
입춘은 늘 이런 날이었다.
아직 얼음이 남아 있고,
매화는 봉오리만 키운 채 침묵하며,
봄은 늘 예고편처럼만 다가온다.
그래서 입춘은 계절의 완성이 아니라 기대의 선언에 가깝다.
이제 곧 변할 것이라는 약속,
자연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 같은 날이다.
그러나 올해의 추위는 유난히 낯설다.
절기는 분명 봄을 가리키고 있는데,
체감되는 시간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다.
이런 어긋남 앞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이 추위는 단지 계절의 변덕일까,
아니면 우리가 불러온 기후의 혼란일까.
기후위기의 시대에 계절은 더 이상 정직하지 않다.
봄은 짧아지고, 여름은 과열되며,
겨울은 때로 지나치게 늦게까지 자리를 지킨다.
예전에는 자연의 리듬이라 여겼던 변화들이
이제는 불안의 신호처럼 읽힌다.
입춘의 한기마저도 더 이상 낭만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입춘은 온다.
자연은 여전히 절기를 기억하고,
인간은 여전히 그 이름을 부른다.
아직은 춥지만, 낮은 조금씩 길어지고,
햇살은 미묘하게 방향을 바꾼다.
변화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오늘의 입춘은 그래서 조용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이 계절의 흐름을 얼마나 존중해왔는가.
그리고 다가올 봄을,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찬 바람 속에서 맞는 입춘은 우리에게 말한다.
봄은 약속이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은 이제 자연만의 몫이 아니라고.
우리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괴로울 때는 이 어둠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
영원히 계속되는 겨울은 없다.
누구보다도 괴로워한 당신이
누구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당신이다.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워한 당신은
누구보다도 사람의 다정함에
민감한 당신이다.”
-池田大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