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단순히 데이터를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방법까지 스스로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 게재된 연구는 대규모 최적화(Optimization) 문제를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기반(Data-driven) 접근법을 제시하며 AI 계산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연구진인 토모하루 이와타(Tomoharu Iwata)와 후토시 후타미(Futoshi Futami)는 논문 이종 이차 계획법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예측 생성(Data-Driven Projection Generation for Efficiently Solving Heterogeneous Quadratic Programming Problems)에서 그래프 신경망(Graph Neural Network, GNN)을 활용해 문제마다 가장 적합한 투영(Projection)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연구가 주목한 대상은 이차 프로그래밍(Quadratic Programming, QP)이다. 이는 물류 최적화, 금융 포트폴리오 구성, 자율주행 차량 제어, 에너지 시스템 운영, 제조 공정 설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수학적 최적화 기법이다. 그러나 변수의 수가 수백 개에서 수천 개로 증가하면 계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실시간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고정된 차원 축소 방식 대신 문제마다 서로 다른 투영 행렬을 AI가 직접 생성하도록 설계했다. 그래프 신경망은 각 최적화 문제의 구조를 분석한 뒤 가장 효율적인 저차원 공간으로 변환하며, 이후 축소된 문제를 기존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빠르게 계산한다. 계산이 끝나면 다시 원래 문제의 해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계산 속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해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계산 비용을 크게 줄였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학습 과정에서 이중 최적화(Bilevel Optimization)를 적용하고, 최적화 솔버 내부를 역전파하지 않고도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울기 계산 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학습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실험에서는 회귀 분석, 금융 포트폴리오, 제어 시스템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다양한 이차 프로그래밍(Quadratic Programming) 데이터셋을 이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제안된 방법은 기존의 무작위 투영(Random Projection), 주성분 분석(PCA), 공통 투영 방식뿐 아니라 직접 해를 예측하는 신경망 모델보다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계산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특히 학습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에도 안정적으로 적용되는 일반화 성능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AI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적화를 위한 수익 창출(Learning to Optimize)' 또는 '최적화를 위한 AI(AI for Optimization)' 연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설계한 알고리즘이 모든 문제를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했다면, 이제는 AI가 문제의 특성을 먼저 이해하고 가장 효율적인 계산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 스마트팩토리 생산계획, 대규모 물류 배송, 전력망 운영, 자율주행 경로 탐색, 금융 투자 전략 등 실시간으로 수많은 의사결정을 수행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계산 속도가 곧 경쟁력이 된다. 연구진의 접근법은 기존 최적화 솔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계산량만 크게 줄일 수 있어 산업 현장에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러한 데이터 기반 최적화 기술이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결합될 경우, AI가 단순히 답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산업 시스템 전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핵심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이 단순한 예측 기술을 넘어 계산 방법 자체를 학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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