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라마우트 지역에서 이어져 온 원뿔형 전통 모자, 대추야자 잎 엮어 제작
- 넓은 챙과 높은 구조로 강한 햇빛 막고 자연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생활문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사막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염소 떼를 돌보는 여성들. 이들의 머리 위에는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높고 뾰족한 원뿔 모양의 모자가 자리하고 있다. 예멘 하드라마우트(Hadhramaut) 지역 여성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전통 모자 ‘마달라(Madhalla)’다.
역사·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히스토릭 비즈(Historic Vids)’는 8월 30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하드라마우트 지역 여성 목동들의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 속 여성들은 검은색 아바야(Abaya)와 얼굴을 가리는 니캅(Niqab)을 착용하고, 그 위에 넓은 챙과 높게 솟은 형태의 마달라를 쓰고 있다.
마달라는 독특한 외형만큼이나 하드라마우트의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렬한 햇빛과 높은 기온 속에서 오랜 시간 야외 활동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활도구이기 때문이다.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이 소장하고 있는 1890년대 하드라마우트 여성용 모자에서도 마달라의 전통적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대추야자 잎을 가늘게 엮어 만들었으며, 넓고 둥근 챙 위로 원뿔 모양이 높게 솟아 있다. 박물관에 보관된 모자는 지름 46㎝, 높이 31㎝로 기록돼 있다.
넓은 챙은 얼굴과 머리 주변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 머리에 밀착되지 않고 위쪽으로 높게 솟은 부분은 내부에 공간을 만들어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한다. 하드라마우트 여성 목동을 다룬 기록에서도 이러한 형태가 뜨거운 날씨에 머리 주변의 열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달라와 함께 착용하는 긴 옷 역시 이 지역의 문화와 생활환경을 보여준다. 하드라마우트 여성 목동들은 오랫동안 긴 옷과 베일 등으로 몸을 가린 채 야외에서 가축을 돌봐왔다. 대영박물관이 소개하는 1939년 이 지역의 여행 기록에도 여성들이 얼굴을 가리고 짙은 색상의 옷과 전통 모자를 착용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목축은 하드라마우트 일부 농촌지역에서 여성들의 일상과도 연결돼 있다. 여성들은 염소에게 먹이를 먹이기 위해 들판과 계곡, 산악지역을 이동하며 가축을 돌봤다. 여러 여성이 함께 염소 떼를 이끌거나 세대를 달리하는 여성들이 목축에 참여하는 모습도 기록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전통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사진으로 확인된다. 2016년 예멘 하드라마우트 와디(Wadi Hadhramaut)에서 촬영된 사진에도 마달라를 쓴 여성들이 염소 떼를 돌보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에 히스토릭 비즈가 소개한 사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검은 옷과 높게 솟은 모자의 강한 대비다. 그러나 그 독특한 모습에는 뜨겁고 건조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해 온 주민들의 경험이 담겨 있다.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대추야자 잎을 이용하고, 넓은 챙으로 햇빛을 가리면서 높은 원뿔 형태로 머리 주변에 공간을 만든 마달라는 자연환경에 맞춰 발전해 온 전통 생활문화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19세기에 제작된 마달라가 박물관에 남아 있고 한 세기가 훨씬 지난 뒤 촬영된 사진에서도 유사한 형태가 등장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오래된 전통 복식이 아니라 지역의 환경과 생활 방식 속에서 이어져 온 문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옷과 모자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환경에 대응하는 생활의 도구이기도 하다. 하드라마우트 여성 목동들의 마달라는 지역에서 구한 재료와 오랜 생활 경험이 만나 만들어낸 사막의 생활 지혜를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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