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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 1.5℃ 잠시 넘어도 돌이킬 수 없다”…UNEP, 빙하 소멸 경고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11.0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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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EP·국제빙권기후이니셔티브, 80여 명 과학자 참여한 빙권 보고서 공개
  • 그린란드·남극 빙상 녹는 속도 1990년대보다 6배 빨라, 해수면 상승·물 부족 우려
  • “기온 다시 낮아져도 회복에 수백~수천 년”, 온실가스 감축 시급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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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온도 1.5℃ 잠시 넘어도 돌이킬 수 없다”, UNEP, 빙하 소멸 경고 [사진=UNEP]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진다면 녹아내린 빙하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온 상승이 일시적이더라도 빙하와 극지방의 거대한 얼음층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4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새로운 보고서 '기후목표 초과와 빙권: 전 지구적 해빙 위기 방지(Overshoot and the Cryosphere: Averting Global Meltdown)'를 소개하며, 지구 온난화가 1.5℃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는 것만으로도 빙하와 빙상, 영구동토층, 극지 해양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보고서는 UNEP과 국제빙권기후이니셔티브(ICCI)가 협력해 지난 2일 발표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극지 및 산악 연구 과학자 80여 명이 참여했다. 같은 날 공개된 '2026년 빙권 현황 보고서: 기후목표 초과의 대가(State of the Cryosphere 2026: The Cost of Overshoot)'와 함께 지구 온난화가 눈과 얼음으로 덮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가 주목한 개념은 '오버슈트(Overshoot)'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인 1.5℃를 일시적으로 넘어섰다가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제거 등을 통해 다시 낮아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동안 기후 대응에서는 지구 온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목표 온도를 얼마나 오래 초과하는지도 중요하며, 이후 기온을 낮추더라도 이미 발생한 피해를 모두 되돌릴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2일 이번 보고서를 보도하며 지구 평균기온이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약 1.3℃ 상승했으며, 현재의 기후정책이 유지될 경우 장기적인 온난화 수준이 약 2.8~3℃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구의 얼음은 기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빙하가 녹아 사라지면 햇빛을 반사하던 밝은 표면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어두운 바다나 지표면이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온난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는 현상도 우려된다. 오랫동안 얼어 있던 토양이 녹으면 저장돼 있던 탄소가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의 형태로 대기 중에 방출될 수 있다. 이는 온난화를 더욱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관측에서도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은 1990년대보다 약 6배 빠른 속도로 얼음을 잃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빙하 얼음의 약 20%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가 줄어드는 문제는 극지방이나 고산지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육지의 빙하와 빙상이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 도시와 저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기반시설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악 빙하의 감소는 물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 히말라야와 힌두쿠시 지역의 빙하는 아시아 주요 강의 수원을 이루며, 이 지역의 물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는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에 이른다.


보고서는 현재의 기후정책이 지속될 경우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에 남는 빙하 얼음의 양이 현재의 약 41%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온난화를 1.5℃ 수준으로 제한하면 약 83%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온 상승 폭의 차이가 수많은 사람의 물 공급과 농업, 식량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빙하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난 위험에도 주목했다. 빙하가 후퇴하면서 형성된 호수의 물이 갑자기 쏟아지거나 불안정해진 산악 지형에서 대규모 붕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짧은 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ICCI의 제임스 커컴 박사는 빙권이 기온 상승에 빠르게 반응하지만, 한 번 손실이 발생하면 회복에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빙상의 불안정성이 일정한 임계점을 넘으면 기온을 다시 낮추더라도 얼음 손실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변화가 이미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줄이고 지구 온난화의 최고 수준과 지속 기간을 최소화한다면 피해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확대하는 동시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과 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부터 매년 최소 5%씩 감축하고, 금세기 중반까지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방향의 대응을 촉구했다.


기온 상승 폭을 다시 1.5℃ 이하로 낮추면 일부 해빙과 산악 빙하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빙상의 손실과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훨씬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9일부터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기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시점에, 과학계가 기온 상승을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접근법의 위험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지구 온도가 다시 내려가더라도 이미 녹아내린 얼음이 모두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를 늦추고 남아 있는 얼음을 지키는 일은 미래 세대의 해수면 상승과 물 부족, 기후재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UNEP이 이번에 전한 메시지는 기후변화 대응을 나중으로 미룰수록 회복할 수 있는 자연의 범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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