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랜 시간 농약을 ‘농업 생산성의 핵심 도구’로 여겨왔다. 해충과 병해를 막아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고, 식량 안보를 확보하는 데 농약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연구는 농약이 야생생물에 미치는 피해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그 피해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경고했다.
연구진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65개국에서 사용된 625종 농약을 대상으로 농약 독성 지표(Total Applied Toxicity, TAT)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곤충에 대한 농약 독성은 약 42.9% 증가했고, 토양 유기체는 약 30.8% 증가했다. 즉, 농약 사용이 늘어나면서 해충뿐 아니라 토양과 물,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더 큰 독성에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농약은 해충을 제거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비표적 생물’에도 영향을 준다. 곤충과 같은 작은 생물들뿐 아니라 토양 미생물, 지렁이, 수생 생물에 이르기까지 농약은 생존과 번식, 생태계 기능을 저해한다. 특히 토양 생물의 감소는 영양분 순환과 토양 구조 유지에 큰 영향을 주며, 이는 곧 농업 생산성 자체를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단순히 자연 속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인간의 삶도 무너진다. 토양 건강이 약해지면 작물의 품질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수생 생태계가 파괴되면 식량 공급과 물의 질이 악화된다. 농약으로 얻은 ‘즉각적 생산성’이 결국 장기적 피해로 되돌아와 인간의 건강과 생활 기반을 위협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역별 분석에서도 불균형한 양상이 드러났다. 유럽과 중국 일부 지역은 규제 강화로 농약 독성이 감소한 반면, 아프리카, 인도,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는 농약 독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농약 사용이 단순한 농업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책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0년까지 농약 위험을 50% 줄이겠다는 유엔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농약은 ‘농업 생산성을 지키는 수단’으로 정당화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 정당화가 결국 자기 파괴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농약으로 얻은 생산성은 단기적 이득일 뿐이며, 그 비용은 생태계의 균열을 통해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전문가들은 농약 의존을 줄이기 위해 독성이 낮은 대체물질 개발과 함께 친환경 농법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농약 사용과 관련된 리스크 평가를 강화하고, 농약 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농업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약이 가져온 ‘생산성’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위기’로 바뀌기 전에, 우리는 지금의 농업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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