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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률 감소세 둔화…“산업안전 규제, 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9.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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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입법조사처, 산업안전보건체계 개편 제안, 규정 준수 넘어 실질적 위험 통제로
  • 산안법은 예방·중대재해처벌법은 사후 책임. ‘단속형’ 감독도 ‘심사형’으로 전환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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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 이미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사업장의 세부적인 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 체계를 실제 위험을 찾아내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제안이 나왔다. 산업재해 사망률 감소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규정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추가적인 사고 감소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NARS 입법정책’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날 오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산업안전보건체계의 패러다임 대전환’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 집계 기준 우리나라의 2023년 산재사고사망십만인율은 근로자 10만 명당 3.9명이다. OECD 평균인 2.6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크게 개선됐다. 국내 산재사고사망십만인율은 1977년 45명에서 2023년 3.9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2018년 5.1명에서 2023년 3.9명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감소세가 둔화되면서 산업재해 감축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에서도 사망자는 2022년 644명에서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감소했지만 2025년에는 605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입법조사처는 경제 수준에 비해 산업재해 사고사망률이 높은 이 같은 상황을 ‘안전 미스매치(mismatch)’로 진단했다.


특히 현행 산업안전 규제가 법령을 통해 사업주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행위와 기준을 정하고 이를 준수했는지를 감독하는 ‘수단지시형 규제(rule-based regulatory approach)’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방식은 최소한의 안전기준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지만 산업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규정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는 것과 실제 위험을 줄이는 것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안으로는 ‘위험관리형 규제(goal-based regulatory approach)’가 제시됐다. 정부가 모든 안전조치의 방법을 일일이 규정하기보다 달성해야 할 안전 목표를 제시하고,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요인을 찾아 평가·통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입법조사처는 영국의 사례에 주목했다. 영국은 1972년 로벤스 보고서(Robens Report)를 계기로 ‘위험을 만드는 자가 그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산업안전보건체계에 도입했다. 사업장이 위험성평가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위험을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까지 낮췄는지를 감독과 사법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구조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4대 핵심 과제도 제시했다.


첫째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역할 재정립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관리와 행정처분을 중심으로 한 사전 예방 체계로 개편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이후 형사책임을 다루는 체계로 역할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산업안전 감독을 규정 위반 사항을 찾아내는 ‘단속형’에서 사업장의 위험관리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는 ‘심사형’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을 높이고 위험성평가와 위험 통제조치의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셋째는 산업별 ‘승인된 실무규범(ACoP)’ 도입이다. 정부가 모든 안전조치를 세부적으로 정하는 대신 산업별 노·사와 현장 전문가가 실무규범을 만들고 정부가 이를 승인·지원하는 방식이다. 위험성평가 역시 서류 작성에 머무르지 않고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제도로 정착시킬 것을 제안했다.


넷째는 노·사·정과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체계 구축이다. 특히 자체적인 위험관리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소규모 사업장에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병행하고, 노·사 협력을 통해 효과가 확인된 위험관리 사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방향은 산업안전 규제를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해진 안전규정을 지켰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사업장이 위험을 제대로 발견하고 실제로 줄였는지를 산업안전 관리의 핵심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날 열리는 세미나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 주최한다. 고용노동부와 경영계, 노동계, 중소기업계, 건설업계, 학계·법조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제도 전환 방안을 논의한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이번 보고서 발간과 세미나는 ‘수단지시형 규제방식’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장 실효성 높은 ‘위험관리형 규제방식’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다자간 논의가 산업안전보건체계의 실질적인 변화와 산업재해 감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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