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야생 생태계가 스스로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필요한 ‘자연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프리카 생태계는 역사적 수준의 약 2/3 이하 에너지로만 작동하고 있으며, 그 핵심 원인은 코끼리·코뿔소·사자 등 대형 동물 개체군의 급격한 감소다. 이들은 영양분 순환과 종자 확산, 서식지 구조 형성 등 생태계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엔진’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 그 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태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대륙의 사바나·열대우림·사막 등 317,000여 개 지역을 대상으로 3,000여 종의 조류와 포유류를 분석했다. 기존의 생물다양성 연구가 주로 ‘종의 수’나 ‘개체 수’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생태계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전달하는지, 즉 생태계가 실제로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하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현재 아프리카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이 역사적 수준의 약 36%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러한 에너지 감소가 단순히 동물 개체 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기능의 구조적 약화를 뜻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형 포유류가 과거 아프리카 생태계 에너지 흐름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약 16%에 달했지만, 현재는 7%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형 동물이 수행하던 ‘생태계 서비스’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코끼리와 코뿔소, 사자 같은 메가파우나는 생태계에서 단순히 존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이들은 넓은 범위를 이동하며 씨앗을 멀리 퍼뜨리고, 초목을 먹어 치우며 식생 구조를 조절하며, 큰 규모의 토양 교란을 통해 지형과 서식지를 변화시켰다. 또한 배설물과 사체는 영양분을 다시 토양으로 돌려보내는 핵심 통로였다. 그러나 불법 사냥과 서식지 파편화, 농경지 확장 등 인간 활동이 이들을 압박하면서 이러한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반면 작은 설치류와 조류 등은 상대적으로 개체 수가 증가하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전체 에너지 흐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연구진은 작은 동물군이 에너지 흐름의 일부를 유지할 수는 있어도, 대형 동물군이 수행하던 고유 기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장거리 종자 확산, 대형 식물군의 조절, 대규모 토양 혼합과 같은 기능은 몸집이 작은 생물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연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생태계 보전의 목표를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단순히 종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생태계가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화하고 전달하는지에 기반해 회복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향후 국제 환경 정책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생태계 에너지 흐름이 약화되면 그 영향은 자연 속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즉 깨끗한 물과 건강한 토양, 탄소 저장 능력, 농업 생산성 등은 인간 사회의 기반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수백만 명이 생계와 식량을 자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태계 기능의 약화는 곧 지역 사회의 삶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야생 생태계가 ‘종의 다양성’뿐 아니라 ‘생태계가 작동하는 힘’ 자체를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대형 동물군의 복원과 보호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인간의 개발 행위와 보전 정책 사이의 균형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앞으로 생태계 회복 전략은 단순한 보호 구역 확대를 넘어,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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