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본소득 지급 이후 지역 내 소비가 빠르게 순환하고 청년 창업과 생활 밀착형 업종이 늘어나면서,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 초기부터 지역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대비 지역 내 가맹점 수는 13.1% 증가했으며, 2월부터 지급된 기본소득은 두 달여 만에 약 85%가 사용되며 지역 소비 활성화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그동안 생활 기반 서비스가 부족했던 농촌 지역에 새로운 업종이 속속 들어서며 주민들의 삶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는 부모의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이 미용실을 창업했고,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는 주민 건강관리를 위한 헬스장이 처음 문을 열었다. 충남 청양군에서는 반려동물 양육 증가 흐름에 맞춰 청년 창업자가 반려동물 용품점을 개업하는 등 기본소득이 청년 귀향과 창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 확대도 눈에 띈다. 연천군 백학면에는 어르신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차량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실이 생겼고, 전북 장수군에는 지역 최초의 푸드코트가 들어섰다. 경북 영양군의 한 카페는 기본소득을 활용해 주민 대상 바리스타 교육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의 활동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전북 순창군 풍산면의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은 지역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모바일 기반 ‘온라인 장바구니 마켓’을 운영하며 유통 비용 절감에 나섰다. 또 지역 내 33개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함께 ‘상생이음 연대장터’를 열어 생산자와 소비자, 공동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 이동면에서는 주민들이 빈 점포를 활용해 농산물과 반찬, 생필품을 판매하는 다기능 마켓 조성에 나섰고, 옥천군 안남면에서는 협동조합이 지역 밀을 활용한 빵집을 운영하며 지역 농산물 판매와 사회연대경제 조직 간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기본소득이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남해군에서는 대파 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를 돕기 위해 주민들이 기본소득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대파 구매에 나섰다. 이에 따라 로컬푸드 직매장에 쌓여 있던 대파가 모두 판매되면서 소비가 다시 농업인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례가 나타났다.
정부는 이러한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5월 한 달간 약 70명의 청년 서포터즈를 시범사업 지역에 파견해 창업 아이디어 발굴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농촌 소셜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또한 강원 정선군, 전북 순창군·장수군, 경남 남해군, 충남 청양군, 전남 신안군, 경북 영양군 등 7개 지역에는 이동장터 차량비 등 유통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남해군은 공실 상가를 활용해 청년 창업가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제공하는 ‘청년 창업둥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선군은 기존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확장과 초기 창업 비용 등을 지원하는 ‘기본소득형 창업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기본소득으로 형성된 지역 내 선순환 구조는 농촌이 다시 활력을 찾고 자립 기반을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민 공동체와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정책의 주체가 되어 농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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