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가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출간 70주년과 한국어판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전면 개정판을 선보였다. 새로운 번역과 현대적인 편집을 통해 고전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독자들이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문예출판사는 현대 인문학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평가받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전면 개정판을 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개정판은 1956년 원서 출간 70주년과 1976년 한국어판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사랑의 기술』은 출간 이후 34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독자들에게 읽혀온 인문학 고전으로,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가장 큰 변화는 인문·사회과학 전문 번역가 강주헌의 새로운 번역이다. 기존 번역을 전면적으로 다듬어 프롬의 심리학적·철학적 개념을 보다 명확하고 현대적인 언어로 전달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데이팅 애플리케이션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오히려 관계의 깊이와 연결감은 부족해진 오늘날의 현실과 맞닿은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프롬은 이 책에서 사랑을 우연히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하나의 기술(Art)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사랑이 음악이나 의학처럼 이론과 훈련, 지속적인 실천을 필요로 하는 능력이며, 사랑의 실패 역시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제시하는 성숙한 사랑의 핵심 요소는 돌봄(Care), 책임(Responsibility), 존중(Respect), 지식(Knowledge) 등 네 가지다. 프롬은 이 네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사랑의 기술』은 연애나 결혼에 관한 조언을 넘어 현대 사회를 향한 비판적 성찰도 담고 있다. 프롬은 이기심과 자기애를 구분하며, 자신을 진정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 또한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관계마저 교환 가치와 효율성의 논리에 종속되면서 인간 소외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번 개정판에는 프롬의 마지막 조수이자 공식 문헌 관리자인 라이너 풍크 박사의 특별 원고 '에리히 프롬의 삶과 사랑'도 함께 수록됐다. 풍크 박사는 철학자이자 심리학자로서의 프롬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가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왔는지를 소개하며, 책의 사상적 배경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예출판사는 이번 전면 개정판이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배우고 실천해야 할 삶의 기술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계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연결은 부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기술』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과 통찰을 던지는 인문학의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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