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등에 분포하는 Xylocopa caerulea, 푸른색은 털 속 색소와 빛 산란 효과
- 암컷은 나무에 굴 파고 꽃가루·꿀 섞은 먹이 덩어리 만든 뒤 알 낳고 야생식물 수분에도 중요한 역할
온몸에 선명한 푸른색 털을 가진 벌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노란색과 검은색의 꿀벌과 달리 청색 털로 뒤덮인 이 벌은 ‘블루 카펜터 비(Blue carpenter bee)’로 불리는 푸른목수벌 자일로코파 카에룰레아(Xylocopa caerulea)이다.
과학·자연 콘텐츠를 소개하는 엑스(X) 계정 ‘사이언스 앤드 네이처(Science & Nature)’는 27일 오후 X. 카에룰레아(X. caerulea)의 사진과 함께 “모든 벌이 노란색인 것은 아니다”라며 이 벌의 독특한 생김새와 번식 행동을 소개했다.
관련 학술자료를 살펴보면 사진 속 푸른색은 실제 이 종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2023년 국제학술지 ‘더 사이언스 오브 네이처(The Science of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암컷 X. 카에룰레아(X. caerulea)는 머리와 가슴, 배 일부에 강한 청색을 띠는 털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이 푸른색이 단순히 빛의 반사만으로 만들어지는 구조색이 아니라 털에 존재하는 색소에 기반한 색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푸른색 색소의 흡수 스펙트럼은 약 605나노미터에서 최대치를 보였으며, 연구진은 빌린(bilin) 계열의 담즙 색소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털 내부의 미세한 입자가 빛을 강하게 산란시키면서 푸른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색이 벌의 광수용체(photoreceptor)의 분광 감도와 관련돼 녹색 배경에서 뚜렷한 색 대비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동종 개체를 알아보기 위한 기능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색의 생물학적 기능에 대한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블루 카펜터 비는 이름 그대로 목수벌(carpenter bee)의 일종이다. 목수벌속(Xylocopa)은 단단한 식물 조직이나 나무에 굴을 파 둥지를 만드는 습성에서 이름이 붙었다.
이 종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 등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인도의 국가농업곤충자원국(National Bureau of Agricultural Insect Resources) 자료에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와 중국 광둥·광시·하이난·윈난 등에서 분포 기록이 제시돼 있다.
푸른목수벌의 또 다른 특징은 꿀벌과 다른 생활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서양꿀벌 Apis mellifera처럼 여왕벌과 수많은 일벌이 거대한 집단을 형성해 생활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X. 카에룰레아(X. caerulea)는 나무에 굴을 파 둥지를 만들며 주로 독립적인 형태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둥지 안에 알을 낳고 새끼가 성장할 수 있도록 먹이를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꽃가루(pollen)와 꽃꿀(nectar)을 이용해 유충이 먹을 영양분을 마련한다.
이러한 먹이는 대중적으로 ‘비 브레드(bee bread)’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암컷이 둥지 내부의 공간에 먹이를 마련한 뒤 그 위에 알을 낳으면 부화한 유충이 이를 먹으며 성장한다.
다만 사이언스 앤드 네이처가 게시물에서 설명한 “유럽꿀벌처럼 꿀을 만들며, 그 꿀이 우리가 익숙한 꿀보다 훨씬 걸쭉해 쿠키 반죽이나 땅콩버터와 비슷하다”는 내용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일부 대중자료에서는 X. 카에룰레아(X. caerulea)가 꿀(honey)을 만들고 이를 꽃가루와 섞어 비 브레드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를 서양꿀벌이 벌집에 대량으로 저장하는 꿀과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목수벌의 번식 생태에서는 암컷이 꽃가루와 꽃꿀 등을 이용해 유충에게 제공할 먹이를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이 종을 ‘사람이 채취할 수 있는 꿀을 생산하는 벌’로 이해하기보다는 ‘꽃가루와 꽃꿀을 이용해 유충용 먹이를 마련하는 벌’로 설명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블루 카펜터 비의 푸른 외형도 모든 개체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 종은 암수의 색깔이 서로 다른 성적 이색성(sexual dichromatism)을 나타낸다. 연구에 따르면 암컷은 가슴과 머리, 배 일부가 선명한 푸른 털로 덮여 있지만 수컷의 외형은 암컷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푸른색을 가진 목수벌도 X. 카에룰레아(X. caerulea)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분류학 연구에서는 목수벌속 가운데 암컷의 등에 밝은 청색과 검은색 털이 나타나는 이른바 ‘시아네오데레스 그룹(Cyaneoderes group)’에 X. 카에룰레아(X. caerulea)를 포함해 5개 종이 보고돼 있다.
결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파란 벌’은 실제 자연에 존재하며, 선명한 청색 털 역시 과학적으로 확인된 특징이다. 특히 흔히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인식되는 벌의 이미지와 달리 곤충의 체색이 얼마나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꿀벌처럼 걸쭉한 꿀을 만든다”는 소셜미디어의 설명은 학술적 의미에서는 다소 단순화된 표현으로 볼 필요가 있다. 푸른목수벌은 나무에 스스로 둥지를 만들고 꽃가루와 꽃꿀을 이용해 다음 세대가 성장할 먹이를 준비하며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를 가진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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