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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도 기업가가 될 수 있다… 동아프리카에서 입증된 ‘자립형 지원 모델’의 가능성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6.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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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간다 비디비디(Bidi Bidi) 난민 정착촌에서 사업 동료들과 함께 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메리(Mary)의 모습. [사진=국제개발단체 Village Enterprise]

 

난민 지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식량과 생필품을 제공하는 생계 지원을 넘어, 난민들이 스스로 사업을 일으키고 지역 경제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개발 모델이 동아프리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개발단체 빌리지 엔터프라이즈(Village Enterprise)와 글로벌 인도주의 단체 머시 코어(Mercy Corps)가 공동으로 추진한 드림스(DREAMS·Delivering Resilient Enterprises and Market Systems) 프로그램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교육과 시장 접근성 확대를 결합한 지원 방식이 난민과 수용 지역사회 주민들의 극심한 빈곤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독립 평가기관 아이디인사이트(IDinsight)가 수행한 두 건의 무작위 대조시험(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결과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가 가구들은 단 1년 만에 소득과 소비, 저축, 자산 등 다양한 경제 지표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우간다에서 17%, 에티오피아에서 9% 증가했다. 저축 규모는 양국 모두 90% 이상 늘어나 경제적 충격이나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가축 구입과 생산 도구 투자, 주택 개보수 등을 통해 가구 자산은 우간다에서 20%, 에티오피아에서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 난민 정착촌 가운데 하나인 우간다 서나일 지역의 비디비디(Bidi Bidi)와 라이노 캠프(Rhino Camp), 그리고 에티오피아 돌로 아도(Dollo Ado) 지역 난민촌에서 총 2만2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드림스 프로그램은 극빈층 자립 지원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보유한 빌리지 엔터프라이즈의 빈곤 탈출 프로그램과 머시 코어의 시장시스템개발(MSD·Market Systems Development) 전략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창업 교육과 초기 자본, 멘토링을 제공받는 동시에 지역 기업과 공급망, 시장 네트워크에 연결돼 실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기존의 일회성 지원과 달리 난민들이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 예산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난민들이 원조 의존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생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참가자들의 삶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남수단을 떠나 우간다 비디비디 난민 정착촌에 정착한 비올라는 현재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피난 당시 한 살배기 딸을 안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국경을 넘었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일궈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에 거주하는 소말리아 출신 난민 누리나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장애로 인해 사회적 고립을 경험했던 그는 이제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고 저축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주변 이웃들이 사업 운영과 자립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로 지역사회 내 역할도 크게 변화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과가 단순한 소득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참가 가구들은 쇠고기와 생선, 우유 등 영양가 높은 식품 소비를 늘렸고, 자녀들의 학비와 교재비, 교통비를 부담할 수 있게 되면서 교육 기회도 확대됐다. 경제적 자립이 건강과 교육 등 삶의 전반적인 질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난민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 전 세계 난민 정착촌에는 약 87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분쟁의 장기화로 인해 강제 이주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드림스 모델이 이러한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 확장성과 비용 효율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성과가 확인되면서 국제 지원기관들의 후속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케아 재단(IKEA Foundation)은 에티오피아에서 드림스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74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콘래드 N. 힐튼 재단(Conrad N. Hilton Foundation)은 우간다 후속 사업에 350만 달러를 투자해 2029년까지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로그램 효과가 향후 5년 동안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드림스는 사업 비용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난민 지원이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니라 지역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투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빌리지 엔터프라이즈의 최고경영자 사지니 모자펠로(Sajini Mozafelo)는 “적절한 기회와 지원이 제공된다면 난민과 수용 지역사회 주민들도 사업을 시작하고 소득을 늘리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머시 코어의 최고경영자 티자다 맥케나(Tjada McKenna) 역시 “지속 가능한 변화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시장과 기회에 대한 접근성을 통해 가능하다”며 “난민들이 경제 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난민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주체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자립과 시장 참여를 기반으로 한 개발 모델이 난민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함께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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