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이 기존 뉴로모픽 컴퓨팅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으며 주목받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 옥스퍼드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인간 대뇌의 기억 체계를 모방한 새로운 뉴로모픽 신경망과 전용 AI 칩을 공동 설계해 처리속도는 4배 이상, 에너지 효율은 5배 이상 높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2026년 6월 16일 국제 AI 학술지 자연 기계 지능(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목은 '이중 메모리 경로를 활용한 뉴로모픽 신경망의 알고리즘-하드웨어 공동 설계(Algorithm–hardware co-design of neuromorphic networks with dual memory pathways)'이다. 연구는 펑페이 선(Pengfei Sun), 저쑤(Zhe Su), 다니알 아카르카(Danyal Akarca)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알고리즘과 반도체 하드웨어를 동시에 설계하는 '공동 설계(Co-design)' 접근법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인간 뇌의 '빠른 기억'과 '느린 기억' 모방
기존 스파이킹 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 SNN)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만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매우 적지만, 장시간의 정보를 기억하거나 복잡한 문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대뇌 피질의 기억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뇌가 순간적인 신경 신호와 장기 기억을 함께 활용하는 것처럼 AI도 '빠른 메모리(Fast Memory)'와 '느린 메모리(Slow Memory)'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중 메모리 경로(Dual Memory Pathway)' 구조를 개발했다. 이 구조는 각 계층이 최근의 정보를 압축된 형태로 저장하면서도 스파이킹 신호의 장점을 유지해 긴 시퀀스 데이터를 보다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 칩과 알고리즘을 동시에 설계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알고리즘만 개선한 것이 아니라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용 뉴로모픽 칩을 함께 설계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메모리와 연산 장치를 최대한 가깝게 배치한 '니어 메모리 컴퓨트(Near-memory Compute)' 구조를 적용해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했다. 또한 스파이크 기반 희소 연산과 메모리 기반 연산을 각각 최적화한 데이터 흐름을 구현해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
처리속도 4배, 전력효율 5배 향상
실험 결과는 기존 뉴로모픽 AI 시스템 대비 의미 있는 성능 향상을 보여줬다.
연구진에 따르면 새 시스템은 최신 스파이킹 신경망 구현 방식보다 처리량(Throughput)이 4배 이상 향상됐으며, 에너지 효율은 5배 이상 높아졌다. 또한 동일한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학습 파라미터 수를 40~6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AI 모델의 크기를 줄이면서도 성능은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엣지 AI와 로봇의 새로운 전환점
이번 기술은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AI를 실행하는 엣지 AI 분야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 사용이 제한적인 스마트폰, 자율주행 드론, 웨어러블 기기,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기기 등에서는 높은 성능과 낮은 소비전력을 동시에 만족하는 AI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공동 설계 방식이 실시간 AI 추론과 학습을 동시에 수행하는 차세대 뉴로모픽 컴퓨팅의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반도체 경쟁의 새로운 방향 제시
최근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GPU 중심의 대규모 연산에서 저전력·고효율의 뉴로모픽 컴퓨팅으로 연구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생물학적 원리를 반영한 기능적 설계가 알고리즘 성능과 하드웨어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이번 연구는 실시간 뉴로모픽 AI를 위한 확장 가능한 알고리즘·하드웨어 공동 설계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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