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는 유전질환 치료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원하는 염기만 정확하게 교정하지 못하고 주변 염기까지 함께 변형되는 '부수적 편집(바이스탠더 효과, bystander effect)'과 의도하지 않은 부위가 편집되는 '오프타깃(off-target)' 문제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연구진이 단일 염기만 선택적으로 교정하는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하면서 희귀질환과 유전질환 치료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임현우(Hyeon Woo Im) 연구원을 제1저자로 하고 배상수(Sangsu Bae)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디엔에이(DNA) 아데노신 탈아미노효소(ADAR)를 이용한 정밀 아데닌 염기 편집(Engineered ADARs enable precision A-to-G base editing of DNA)'이라는 제목으로 2026년 7월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됐다.
기존의 아데닌 염기 편집기(ABE, Adenine Base Editor)는 DNA의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사람에게 발생하는 유전질환의 상당수는 단 하나의 염기가 잘못 변이되면서 시작되기 때문에 이러한 염기 교정 기술은 차세대 유전자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ABE는 목표 염기 주변의 다른 아데닌까지 함께 바뀌는 문제가 발생해 임상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효소 대신 아데노신 탈아미노효소(ADAR, Adenosine Deaminase Acting on RNA)를 활용한 새로운 편집 시스템인 단일염기 정밀 아데닌 염기편집기(snuABE, single-nucleotide resolution Adenine Base Editor)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처럼 단일가닥 DNA를 직접 편집하는 대신, DNA와 안내 리보핵산(가이드 RNA)이 결합한 구조에서 목표 염기 하나만 선택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연구진은 목표 염기만 정확히 인식하도록 하는 표적 아데닌 가이드 리보핵산(tagRNA, target-adenine guide RNA)을 새롭게 설계했다. 이 가이드 RNA는 목표 염기 위치에만 의도적으로 불일치를 만들어 ADAR 효소가 오직 해당 염기만 교정하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기존 기술에서 흔히 발생했던 주변 염기 변형이 사실상 제거됐다.
또한 연구팀은 컴퓨터 기반 단백질 진화 기술인 이볼브프로(EvolvePro)를 이용해 ADAR 효소 자체를 개선하고, 가이드 RNA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을 함께 적용했다. 이를 통해 사람의 배아신장세포(HEK293T) 32개 유전자 표적에서 최대 50%, 중앙값 5.4%의 편집 효율을 달성했으며, 예측된 오프타깃 부위에서는 검출 가능한 수준의 비의도적 DNA 편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기존 CRISPR 기반 염기편집 기술보다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단일 염기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다양한 희귀 유전질환 치료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인간의 병원성 유전자 변이 가운데 상당수는 단 하나의 염기 교정만으로 치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CRISPR처럼 DNA 이중가닥을 절단하지 않아 염색체 손상이나 대규모 DNA 결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장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새로운 CRISPR 기술을 개발한 데 그치지 않고, 유전자 편집의 가장 큰 과제로 꼽혀온 정확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향후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기술이 검증될 경우 희귀질환은 물론 유전성 대사질환, 혈액질환,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맞춤형 유전자 치료 시대를 앞당기는 핵심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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