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송천동의 한 야외수련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이번 만남은 단순한 여름 수련이나 단식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먹는 것을 내려놓고, 몸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하며, 자연과 역사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의 시간이었다.
세계혈기도연맹이 ‘2026년 여름 세계혈기도연맹 공동단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도반들이 함께 참여해 혈기도 행공을 비롯해 동학 관련 강의와 역사 현장 답사, 자연 체험, 소감 나눔 등을 이어갔다.
음식을 비우는 시간이 아니라 욕심을 내려놓는 시간
공동단식의 첫날은 정호성 사범의 ‘혈기도 정신과 행공’ 특별강의로 시작됐다.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에서는 혈기도 수행의 본질과 행공의 원리, 수행자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 등이 다뤄졌다. 참가자들은 단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수행의 의미를 되새겼다.
저녁에는 솔잎효소로 몸을 정갈하게 한 뒤 야외 행공에 들어갔다.
오후 7시, 수련장 주변에는 매미와 풀벌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람이 지나가고 어둠이 내려앉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자연 속에서 호흡과 움직임을 이어갔다.
도심의 소음과 인공적인 환경을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공은 이번 공동단식이 지향하는 수행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 됐다.
이어 윤세형 도반의 『동경대전』 ‘포덕문’ 강의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동학의 정신과 가르침을 살펴보며 인간과 생명, 공동체의 의미를 되짚었다. 혈기도 수행이 단순한 신체 수련을 넘어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돌아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강의는 공동단식의 취지와 맞닿아 있었다.
남한강을 바라보며 이어간 행공
둘째 날 아침은 행공으로 시작됐다.
약 1시간 동안 몸을 깨운 참가자들은 파사산성으로 향했다. 산성에 올라 남한강의 풍광을 바라보고 혈기도 행공 자세를 취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수련을 이어갔다.
산성을 둘러본 뒤에는 마애여래입상을 찾았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자리를 지켜온 불상의 모습을 마주한 참가자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수련장 안에서의 수행이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현장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일정은 여주 지역의 동학문화 답사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해월 최시형 선생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며 동학의 정신을 되새겼다. 이어 향아설위 제도법 반포지로 알려진 이천시 앵산동을 찾아 생명존중과 평등의 의미를 살펴봤다.
여주시 도전리에서는 해월 선생과 관련된 역사적 현장을 둘러보며 동학의 역사를 현장에서 체감했다.
역사를 배우는 일은 과거를 기억하는 데만 머물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동학이 던졌던 인간과 생명에 대한 질문을 오늘의 삶과 연결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폭포에서 더위를 식히고, 모닥불 앞에서 마음을 나누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이어진 답사의 피로는 장수폭포에서 씻어냈다.
참가자들은 폭포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꼈다. 수행과 역사 답사에 이어 자연 속에서 함께 웃고 즐기는 시간도 공동단식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저녁에는 다시 행공이 이어졌다.
이어 『동경대전』 ‘논학문’을 주제로 강의와 토론이 진행됐다. 수행자의 자세와 삶의 방향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참가자들은 수행이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여름밤의 마지막 시간.
보름달이 떠오른 가운데 참가자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누군가는 시를 낭송했고,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다.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고 함께 웃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 있는 순간도 있었다.
음식을 끊은 시간은 어느새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수덕문’으로 마무리한 공동단식
마지막 날 아침에도 행공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몸과 마음을 정돈하며 지난 이틀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날에는 여주동학기념사업회 김일섭 회장이 함께해 『동경대전』 ‘수덕문’ 강의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덕을 쌓는 수행자의 자세와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공동단식에 참여한 도반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감을 나눴다.
단식으로 경험한 몸의 변화, 자연 속에서 느낀 평온함, 역사 현장을 찾아가며 느낀 감동, 그리고 함께 수행한 도반들에 대한 감사가 차례로 이어졌다.
2박 3일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경험은 적지 않았다.
몸은 음식을 덜어내며 가벼워졌고, 마음은 자연과 사람, 역사와 수행을 만나며 오히려 풍성해졌다.
“도는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
이번 행사를 준비한 이수재 세계혈기도연맹 사무총장은 공동단식의 의미를 ‘비움과 채움’으로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번 공동단식은 단순히 음식을 끊는 시간이 아니라 욕심을 덜어내고 몸을 비우며, 자연과 역사를 배우고 도반들과 마음을 나누는 수행의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은 가벼워졌고 마음은 더욱 깊어졌으며 도반들의 정은 한층 더 두터워졌다”며 “몸을 비우니 마음이 채워졌고, 자연을 만나니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됐으며, 함께 수행하니 도는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임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동단식은 음식의 절제를 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자 자연과 역사, 사람을 통해 수행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여주에서 보낸 2박 3일은 끝났지만, 참가자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곳에서 경험한 호흡과 행공, 동학의 가르침, 자연의 소리와 모닥불 앞에서 나눈 이야기는 일상의 수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움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채움의 시작이다.
세계혈기도연맹의 이번 여름 공동단식은 그 단순하지만 깊은 의미를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BEST 뉴스
-
ESG X AI & Culture, ‘제6기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신입생 모집
▲ ESG X AI & Culture, ‘제6기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신입생 모집 포스터 [사진=한국ESG위원회]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와 ESG코리아뉴스가 공동 주최·주관하는 ‘2027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제6기’가 신입생 모집에 들어간다. 제6기 과정은 2027년 3월 2일부터 6월 8일까... -
1인 가구 10명 중 6명 이상 주 1회 외로움… “사람보다 마음을 나눌 관계가 중요”
▲ 리서치 및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피앰아이(PMI)가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전국 만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대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연결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6.6%가 최근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사진=피앰아... -
경기도형 유연근무제 ‘0.5&0.75잡’, 기업·근로자 모두 높은 만족도
▲ 경기도 일자리 재단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유연근무제 ‘0.5&0.75잡’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높이고, 기업에는 인력 운영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확인됐다. 경... -
서울·방콕 청소년 60명, 역사와 문화로 우정 쌓아…‘2026 서울-방콕 청소년 문화교류’
▲ 서울시는 9월 7일부터 11일까지 4박 5일간 방콕 청소년 대표단을 서울로 초청해 ‘2026 서울-방콕 청소년 문화교류’를 진행한다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서울과 태국 방콕 청소년들이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
추석 앞두고 전국 임도 한시 개방…박은식 산림청장 “안전·산불 예방 각별히 주의”
▲ 국내 산림의 모습 [사진=박은식 산림청장] 추석 명절을 맞아 벌초와 성묘객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전국의 임도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산림청은 9월 14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임도를 개방한다고 밝혔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 -
GH, ‘안전성향 검사’ 도입해 산업재해 예방활동 강화
▲ GH, 수원 본사에서 안전가치를 조직 내에 정착시키고 발주청 중심의 안전보건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ESG 안전보건문화 확산 활동’을 진행했다 [사진=GH]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직원들의 안전의식을 진단하고 맞춤형 안전코칭을 제공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참여형 안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