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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포착한 호수의 ‘녹색 소용돌이’…NASA 위성, 유해 남세균 번성 조기 감시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8.1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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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바다 피라미드호에서 거의 매년 발생…Landsat·Sentinel 위성 데이터로 이상 징후 포착해 수질검사·안전경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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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항공우주국(NASA)은 11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네바다주 피라미드호에서 발생한 남세균 번성을 위성으로 관측한 모습 [사진= NASA Science X]

 

미국 네바다주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호수가 거대한 녹색 소용돌이로 뒤덮였다. 우주에서 내려다본 호수에는 짙은 녹색 띠가 물결을 따라 원을 그리며 퍼져 있다. 아름다운 자연현상처럼 보이지만 그 정체는 사람과 동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독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남세균(cyanobacteria)의 대규모 번성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1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네바다주 피라미드호에서 발생한 남세균 번성을 위성으로 관측한 모습을 소개했다. NASA는 이 호수에서 남세균 번성이 거의 매년 발생하며 일부는 독소를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Landsat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 엽록소 변화를 추적하면 번성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현장 수질검사와 안전경보 발령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NASA가 이번에 소개한 이미지는 최근 촬영된 것은 아니다. NASA Earth Observatory 자료에 따르면 Landsat 9 위성의 OLI-2(Operational Land Imager-2)가 2024년 10월 8일 피라미드호를 촬영한 것으로, 당시 호수 곳곳에서는 짙은 녹색의 남세균이 거대한 띠를 이루며 번지고 있었다.


피라미드호는 네바다주 리노에서 북동쪽으로 약 56㎞ 떨어진 사막지역에 위치한 기수호다. 마지막 빙하기 당시 지금보다 훨씬 크고 광대했던 고대 라혼탄호(Lake Lahontan)의 흔적으로, 현재는 트러키강(Truckee River)으로부터 대부분의 물을 공급받는다.


이 호수에서는 남세균 번성이 거의 매년 관찰된다. 특히 2024년 가을 발생한 번성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활발했던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고 피라미드호 파이우트 부족(Pyramid Lake Paiute Tribe) 수질관리 프로그램은 밝혔다.


당시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10월 7일 부족 측은 식물플랑크톤이 성장하기 좋은 수질 조건이 형성되고 일부 지역에서 호수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알렸다. 다음 날 Landsat 9이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녹색 띠가 호수 곳곳에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후에도 번성이 확대돼 10월 15일 전후 절정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피라미드호에서 확인된 주요 남세균은 노둘라리아 스푸미게나(Nodularia spumigena)였다. 따뜻한 기수 환경에서 나타나는 질소고정 남세균으로, 피라미드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반복적인 번성이 기록돼 왔다.


문제는 이 남세균이 단순히 물을 녹색으로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Nodularia spumigena는 ‘노둘라린(nodularin)’이라는 독소를 생성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독소는 간에 영향을 미치는 등 사람과 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 2024년 10월 15일 부족 측은 실제 당시 번성에서 독소가 방출되고 있다고 알리고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물과의 접촉을 피하도록 권고했다.


남세균은 흔히 ‘남조류’ 또는 ‘청록조류(blue-green algae)’라고 불리지만 엄밀하게는 조류가 아니라 광합성을 하는 세균이다. 자연 상태에서도 호수와 강 등 다양한 수생환경에 존재하며 적은 양일 때는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건이 달라지면 상황도 달라진다. 수온이 높아지고 햇빛이 풍부해지는 가운데 질소와 인 같은 영양물질이 증가하면 남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다. 네바다주 환경보호국(NDEP)은 높은 수온과 강하고 지속적인 햇빛, 정체되거나 유량이 적은 물, 질소와 인 등 영양물질 증가가 유해 남세균 번성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남세균이 대규모로 증식해 사람과 동물, 수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태를 ‘유해조류 대발생(Harmful Algal Bloom·HAB)’이라고 부른다. 일부 남세균은 독소를 만들어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영향을 미치고 식수원이나 수상레저 활동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네바다주 환경당국은 의심되는 번성이 나타난 물에서는 어린이와 반려동물이 물이나 물가에 쌓인 조류에 접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수백㎞ 상공에서 호수의 변화를 읽는다


NASA가 이번 사례에서 주목한 것은 남세균 자체뿐 아니라 이를 우주에서 감시하는 방법이다.


개별 남세균은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할 만큼 작지만 수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증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광합성에 사용되는 엽록소 등의 색소가 호수의 색과 빛의 반사 특성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대규모 번성은 인공위성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NASA와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공동 운영하는 Landsat 위성은 여러 파장의 빛을 측정해 이러한 변화를 관찰한다. NASA는 Landsat을 이용하면 높은 농도의 엽록소-a를 탐지할 수 있으며, 이 같은 변화가 수질관리자에게 잠재적인 유해조류 대발생을 알리는 조기경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라미드호의 2024년 번성에서도 위성 관측의 역할이 확인됐다. 유럽우주국(ESA)의 Sentinel-3 위성 관측 자료를 활용한 수질 분석에서는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엽록소-a와 남세균 농도를 추정하는 지수가 함께 상승했다. 이 자료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추가 처리를 거쳐 분석됐다.


NASA는 2026년 5월에도 2024년 8월 28일부터 11월 6일까지의 Landsat과 Sentinel-2 자료를 연결해 피라미드호의 변화를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남세균이 급격하게 확산됐다가 다시 감소하는 과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난다.


다만 위성사진에 녹색 물질이 나타났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독성 남세균’이라고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NASA는 Landsat과 Sentinel 위성이 새로운 조류 번성의 위치와 규모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위성만으로 해당 번성이 실제 독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판별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독소 존재 여부와 농도를 확인하려면 현장에서 물을 채취해 검사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성관측과 현장 수질검사가 결합된다. 광대한 호수 전체에서 매일 물을 채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위성이 먼저 색과 엽록소 변화를 찾아내면 수질관리자는 이상 징후가 나타난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위험성이 확인되면 수영이나 보트 이용을 제한하거나 주민들에게 안전경보를 내리는 식이다. NASA는 이러한 위성 자료가 수질관리기관의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라미드호 사례는 기후와 수질, 생태계 그리고 첨단 지구관측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수온과 햇빛, 영양물질 등의 조건 변화가 미세한 생물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그 변화가 호수의 색을 바꿀 정도로 커지면 수백㎞ 상공의 위성이 이를 포착한다. 그리고 우주에서 얻은 데이터가 다시 지상의 수질검사와 시민 안전관리 자료로 활용된다.


NASA가 11일 공개한 녹색 소용돌이는 그래서 단순히 아름다운 위성사진만은 아니다. 우주에서 지구를 관찰하는 기술이 수질과 생태계의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사람과 동물의 안전을 지키는 환경 감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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