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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빚어낸 거대한 돌의 풍경, 뉴질랜드 모에라키 볼더스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8.25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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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 가운데 하나인 모에라키 볼더스(Moeraki Boulders). [사진=Ravish Maqsood]

 

뉴질랜드 남섬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노스오타고 지역의 코에코헤 해변(Koekohe Beach). 파도가 밀려왔다 사라지는 해변 위에는 언뜻 누군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듯한 거대한 돌들이 흩어져 있다. 매끈하면서도 거의 완벽한 구형에 가까운 이 바위들은 바로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자연 명소 가운데 하나인 모에라키 볼더스(Moeraki Boulders)다.


모래사장 위에 놓인 거대한 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연이 만든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모습이다. 일부는 지름이 2m에 이를 정도로 크고, 둥근 표면에는 마치 거북등이나 갈라진 조각상처럼 보이는 균열이 새겨져 있다. 썰물 때면 바닷물이 빠져나간 해변 위로 수십 개의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며, 태평양을 배경으로 한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거대한 돌들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마오리족의 전설도 깃들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조상들을 태우고 뉴질랜드 남섬으로 향하던 아라이테우루 카누(Araiteuru Canoe)가 난파하면서 배에 실려 있던 식량 바구니와 과일 등이 바닷가로 떠밀려 왔고, 그것들이 시간이 지나 오늘날의 거대한 돌이 됐다고 한다. 자연의 기묘한 형상은 사람들의 상상력과 만나 하나의 신화가 됐다.


하지만 과학이 설명하는 모에라키 볼더스의 탄생 과정은 전설 못지않게 흥미롭다. 이 바위들은 약 500만 년 전 해저의 진흙과 퇴적물이 오랜 시간 굳어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적층 속에서 광물 성분이 중심부를 둘러싸며 서서히 단단해졌고, 이후 주변의 비교적 부드러운 암석이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면서 거대한 구형의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인 셈이다. 지금도 해안 절벽과 해변에서는 새로운 볼더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일부 바위는 침식과 파도에 의해 갈라지고 깎이면서 또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모에라키 볼더스의 매력은 단순히 희귀한 지질 현상에만 있지 않다. 이곳에서는 자연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가 하나의 풍경 속에 겹쳐진다. 수백만 년 동안 바닷속과 땅속에 숨어 있던 돌들은 이제 태평양의 파도를 맞으며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고, 그 곁에는 조상들의 항해와 난파선에 관한 마오리족의 전설이 함께 남아 있다.


특히 해가 낮게 기울어지는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이면 모에라키 볼더스는 더욱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햇빛과 긴 그림자, 그리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사이에 놓인 거대한 돌들은 마치 다른 행성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사진가와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한다면 퀸스타운이나 밀퍼드사운드처럼 잘 알려진 명소뿐 아니라, 조용한 해안에서 수백만 년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모에라키 볼더스에도 잠시 발걸음을 멈춰볼 만하다.


코에코헤 해변 위에 흩어진 둥근 바위들은 말없이 파도를 맞고 있지만, 그 안에는 지구가 만들어낸 긴 시간의 흔적과 마오리족의 오래된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모에라키 볼더스는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니라, 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완성한 거대한 야외 조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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