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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일의 식단 변화가 면역반응 바꾼다…질병 초기 식습관이 '염증의 기억' 결정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10.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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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UCSF 연구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식단과 면역 기억의 연관성 연구 발표
  • 고지방 식단 섭취한 생쥐에서 피부 염증 급격히 악화, 정상 식단 복귀 후에도 재노출 시 강한 염증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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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우리가 오늘 먹는 음식이 며칠 뒤의 면역반응뿐 아니라, 질병이 회복된 이후 다시 나타나는 염증의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단기간의 고지방 식단만으로도 면역체계가 달라지고, 이러한 변화가 염증이 사라진 뒤에도 조직에 남아 후속 면역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UCSF) 연구진은 지난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질병 발병 시점의 식단이 조직의 염증 기억을 결정한다(Diet at disease onset determines tissue inflammatory memory)'는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UCSF의 쩌원 장(Zewen Jiang) 연구원 등이 참여했으며, 병리학과 사가르 바팟(Sagar Bapat) 교수가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진은 식단이 염증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간 축적된 체중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질병이 발생하는 시점에 섭취하는 음식 자체의 영향인지 확인하는 데 주목했다.


고지방 식단 단 4일, 염증반응 달라졌다


연구진은 생쥐를 저지방 식단과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는 집단으로 나눈 뒤, 피부 염증을 유발하는 이미퀴모드(imiquimod) 성분의 크림을 귀에 발라 면역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장기간 고지방 식단을 섭취해 비만해진 생쥐에서는 저지방 식단을 유지한 생쥐보다 훨씬 심한 피부 염증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비만으로 인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식단을 단기간 변경하는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저지방 식단을 유지하던 정상 체중의 생쥐에게 고지방 식단을 제공하고 3일 뒤 피부 염증을 유발하자, 체중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비만한 생쥐와 유사한 수준의 강한 염증반응이 나타났다.


반대로 장기간 고지방 식단을 섭취했던 비만 생쥐에게 저지방 식단을 4일 동안 제공하자 피부 염증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


이는 염증의 강도가 장기간 축적된 체지방뿐 아니라, 질병이 시작되는 시점의 식단에도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염증이 사라져도 피부는 이전 반응을 기억했다


이번 연구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식단의 영향이 일시적인 염증반응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고지방 식단을 섭취했던 생쥐를 다시 저지방 식단으로 전환하고, 피부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후 수 주가 지나 같은 부위에 다시 염증을 유발하자, 해당 피부에서는 처음보다 훨씬 강한 면역반응이 나타났다.


이미 식단을 바꾸고 염증도 사라졌지만, 피부 조직에는 과거의 염증 경험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조직의 염증 기억(tissue inflammatory memor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염증 기억은 조직이 이전에 겪었던 염증 자극의 영향을 유지하다가, 유사한 자극이 다시 발생했을 때 면역반응의 강도나 양상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기억은 감염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과도한 염증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면역세포가 피부에 남아 다음 염증반응에 영향


연구진은 고지방 식단이 피부의 면역세포 구성을 변화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면 염증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면역세포들이 피부 조직으로 유입돼 초기 염증반응을 증폭시켰다.


이후 염증이 가라앉는 과정에서는 기억 T세포(memory T cells)로 불리는 면역세포들이 해당 조직에 남았다.


기억 T세포는 과거에 경험한 자극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세포다. 연구진은 고지방 식단으로 형성된 염증 환경과 조직에 남은 기억 T세포가 이후 같은 자극에 대한 과도한 반응과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진은 피부뿐 아니라 폐에서도 단기간의 고지방 식단 섭취 이후 염증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강해지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는 식단의 영향이 특정 피부 조직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모든 장기에서 동일한 염증 기억이 형성되는지, 사람에게도 같은 기전이 작동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비만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질병이 시작될 때의 식단일 수도


이번 연구는 식단과 면역반응의 관계를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고지방 식단이 염증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비만과 대사 이상, 장기간 축적된 건강 위험을 중심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체중 변화가 거의 없는 짧은 기간에도 면역반응이 달라졌다. 반대로 이미 비만한 상태에서도 식단을 변경하자 염증이 완화됐다.


연구를 이끈 사가르 바팟 교수는 장기적인 식습관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식단이 면역체계에 훨씬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아침과 점심, 저녁에 무엇을 먹는지가 면역체계에 예상보다 빠르고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따라서 특정 음식을 며칠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의 염증성 질환이 악화되거나, 반대로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 질환이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연구에서 사용한 고지방 식단의 구성과 실험 조건을 일반적인 사람의 식생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식생활과 만성 염증질환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


이번 발견은 식단이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영양 공급이나 체중 관리 차원을 넘어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질병이 시작되는 시점의 영양 상태가 이후 조직의 면역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식단뿐 아니라 운동과 수면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요인이 면역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기간의 식단 변화가 면역반응에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영향이 염증이 사라진 뒤에도 일정 기간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질병의 발생과 회복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뿐 아니라, 언제 먹었는지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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