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대 로스쿨 신설 논의로 수사 전문성 부족 문제 부각. 법률인력 확충과 현장 수사역량 강화 과제. 미국은 FBI 수사·연방검찰 기소 역할 분담 속 긴밀한 협력 유지…한국도 권한 분산과 책임성 확보 중요.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서 한국의 형사사법체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오랫동안 검찰에 집중돼 있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해 권한의 집중을 완화하고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려는 개편이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 이후 경찰의 수사역량과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대학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신설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법률 전문인력을 양성해 수사의 정확성과 완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다만 별도의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현장의 수사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은 최근 회의에서 경찰대 로스쿨 신설 방안을 논의했다. 로스쿨 설립에 앞서 검사가 경찰에 파견돼 법률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이는 일부 참석자가 제안한 의견으로, 공식적인 정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추진단 내부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대 로스쿨 신설 논의는 단순히 법률 전문가를 얼마나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선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새로운 제도에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이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수사와 기소의 역할 재편
한국은 2026년 10월 2일 검찰청법 폐지와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법률 시행을 통해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출범시켰다.
이번 개편은 기존 검찰이 행사하던 직접수사 권한을 폐지하고, 수사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이 담당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공소청 소속 검사는 수사 결과를 법률적으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두 기능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사는 법률에 따라 영장 청구와 수사기관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 법률적 협의와 지원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가 법정에서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기능도 형사사법 절차에서 중요하다.
그동안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수사를 시작하고 사건을 판단하며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는 권한이 한 기관에 집중될 경우 외부의 견제와 통제가 충분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반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권한의 집중을 완화할 수 있지만, 기관 사이의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건 처리가 지연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성패는 조직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기관이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 있게 협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데 달려 있다.
미국 FBI와 연방검찰, 수사와 기소를 어떻게 나누나
한국의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살펴볼 때 참고할 수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연방 형사사법제도다.
미국에서는 연방수사국(FBI)이 테러와 사이버범죄, 공공부패, 조직범죄 등 연방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다. FBI 수사관은 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필요한 경우 법원의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과 체포 등 수사활동을 진행한다.
반면 연방검찰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법정에서 국가를 대표해 공소를 수행한다. 연방검찰의 주요 조직인 연방검사실(U.S. Attorney's Office)은 각 지역에서 연방범죄 사건의 기소와 재판을 담당한다.
미국 FBI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FBI가 수집한 증거와 수사 결과는 관할 연방검사나 법무부 관계자에게 전달되며, 검찰이 기소 또는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판단한다.
그러나 미국의 수사기관과 검찰은 수사가 끝난 뒤에야 처음 만나는 관계가 아니다. 복잡한 범죄사건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FBI 수사관과 연방검사가 협력하며 증거 수집의 적법성과 기소 가능성을 검토한다.
특히 중대범죄나 조직범죄, 금융범죄처럼 법률적 쟁점이 복잡한 사건에서는 수사관의 현장 경험과 검사의 법률 전문성이 함께 활용된다. 검사는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수사관은 이를 확보하기 위한 조사와 분석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연방 형사절차에는 대배심(Grand Jury) 제도도 존재한다. 대배심은 일정한 연방 중범죄 사건에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에 참여하며, 수사기관과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에 필요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검토한다.
다만 미국의 모든 형사사건이 FBI와 연방검찰을 통해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범죄의 상당수는 주·지방 경찰과 해당 지역 검찰이 담당하며, 연방범죄와 주법 위반 범죄는 관할권에 따라 구분된다.
미국 제도의 중요한 특징은 수사와 기소의 역할을 구분하면서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법률적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FBI도 감독받는 조직…권한 분산과 통제 장치 병행
미국의 FBI는 독립적인 수사 기능을 수행하지만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 연방 법무장관의 감독을 받는다. 연방검찰 역시 법무부 체계 안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두 기관을 완전히 분리된 조직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FBI에 따르면 연방의회는 예산과 주요 활동에 대한 감독 권한을 행사하며,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적법성과 절차상 문제를 심사한다. 법무부 내부의 감독체계도 FBI의 활동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사기관이 강제수사를 진행할 때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하고, 수집된 증거가 법률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확보됐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통제 장치다.
이처럼 미국의 연방 형사사법체계는 수사기관에 전문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검찰의 법률적 검토와 법원의 사법적 통제, 의회의 감독을 함께 두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제도 역시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이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 사례를 성공적인 제도로 단정하거나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기관 간 역할 분담과 협력 방식, 통제 장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별도의 행정조직으로 구성했다. 이 때문에 미국보다 기관 사이의 업무 조정과 정보 공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설계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경찰 14만 명 중 변호사 자격 등록자 286명…전문인력 확보 어려움
한국의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는 경찰의 법률 전문성 강화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경찰 인사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찰공무원 약 14만 명 가운데 변호사 자격을 등록한 인원은 286명으로 전체의 약 0.2%에 그쳤다.
경찰은 변호사 자격자를 경력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해 왔지만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30명을 모집했으나 실제 채용된 인원은 17명에 그쳤다. 채용된 변호사 자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5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대 로스쿨 신설이 대안으로 거론됐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법률 지식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것과 실제 범죄수사 능력을 높이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하고 사건 관계자를 조사하며 복잡한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법률적 판단뿐 아니라 경험과 전문적인 수사기술이 필요하다.
강소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대 로스쿨을 신설할 경우 학부 졸업생보다 수사 경험이 있는 재직자를 중심으로 교육 대상을 선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 이후에는 수사심사관 등 전문 보직에 배치하고 충분한 의무복무 기간을 설정해 인력이 조직에 남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김봉수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로스쿨 신설로 조직까지 확대하는 것이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법률 전문성을 높일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그 방법이 반드시 새로운 교육기관의 설립이어야 하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권력기관보다 협력과 견제의 제도화
미국의 사례에서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은 FBI라는 특정 기관의 조직 형태보다 수사와 기소가 연결되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이 독립적으로 범죄를 조사하더라도 기소와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검찰과의 법률적 협력이 필요하다. 검찰 역시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수사 결과가 법률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형사사법체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사이의 업무 협력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수사 초기부터 복잡한 법률적 쟁점을 협의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보완수사가 필요한 경우 그 이유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협력이 수사기관에 대한 부당한 지휘나 개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권한의 한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법률 전문가를 새롭게 양성하는 일과 함께 기존 수사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증거 분석과 금융범죄, 사이버범죄, 국제공조 수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법률 지식과 수사기술을 함께 갖춘 인력이 중요하다.
셋째,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권한 행사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수사 과정의 위법행위를 점검하고 부당한 사건 처리나 수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범죄 피해자 보호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사기관 간 권한 배분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형사사법 절차의 당사자인 국민의 권리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 국민이 신뢰하는 사법체계로 이어져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은 한국 형사사법체계의 권한 구조를 바꾼 중요한 제도 개편이다. 그러나 조직의 명칭과 권한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에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에 새로운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기관의 권한을 줄인 결과 다른 기관의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 커진다면 개혁의 본래 취지가 충분히 실현됐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FBI와 연방검찰이 보여주는 것은 수사와 기소의 역할 분담이 기관 사이의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되, 필요한 협력과 법률적 검토를 유지하고 외부의 감독을 받는 구조가 형사사법체계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 역시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거나 법률 전문인력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사와 기소가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 견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경찰대 로스쿨 신설 논의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교육기관을 추가로 설립하는 것이 실제 수사역량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지, 기존 수사관에 대한 전문교육과 외부 법률인력 활용이 더 적절한 대안인지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형사사법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특정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축소하는 데 있지 않다. 범죄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히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검찰청 폐지 이후 출범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권한의 분산과 전문성 강화, 기관 간 협력과 책임 있는 통제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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