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은행·중앙아시아 보건·재무 고위공무원 26명 방문, 한국 국가건강검진 운영체계 공유
- AI 영상 판독·심혈관 위험 예측·연속혈당측정 등 활용 사례 소개, 예방 중심 보건의료 정책에 관심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중앙아시아 4개국의 보건·재무 분야 고위공무원들에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건강검진 기술과 국가건강검진 운영 경험을 공유하며 국제 보건의료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회장 김인원, 이하 건협)는 지난 4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협회를 방문해 한국의 건강검진 체계와 AI 기반 질병 조기 발견 사례를 살펴봤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방문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세계은행(World Bank)과 협력해 11월 2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중앙아시아 4개국 디지털헬스 역량 강화 초청연수'의 일환이다. 연수는 한국의 디지털헬스 정책과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참여국의 보건의료 디지털 전환과 관련 제도 구축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방문단은 중앙아시아 4개국 보건부와 재무부, 건강보험기금 등에서 의료정책과 보건재정, 디지털헬스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공무원 20명과 세계은행 영양·보건·인구국(HNP) 관계자 6명 등 총 26명으로 구성됐다.
건협은 이날 한국의 국가건강검진 제도와 전국 17개 시·도지부 건강검진센터의 운영체계를 소개했다. 특히 검진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와 업무·고객서비스 분야의 디지털 전환 현황, 축적된 검진 데이터를 활용한 향후 연구 방향 등을 설명했다.
건협이 소개한 주요 기술은 의료영상 분석을 통한 질병 조기 발견이다.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AI가 의심 병변을 표시하면 의료진이 이를 검토해 최종 판정하는 방식이다.
AI는 의료진의 영상 판독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건협은 이러한 교차 검증 방식을 통해 판독 오류를 줄이고 질병 발견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 도입에 따른 정확도 개선 효과는 검사 종류와 적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구체적인 성능을 평가하려면 임상 검증 자료가 필요하다.
심혈관 질환과 대사성 질환의 위험을 파악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건협은 안저 및 흉부 영상 분석을 통한 심혈관 질환 위험도 예측, 웨어러블 기기의 연속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한 부정맥 탐지, CT 기반 체성분 분석을 통한 근감소증 및 대사성 질환 관련 평가 등을 검진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부에 센서를 부착해 최대 2주 동안 혈당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CGM) 검사도 운영하고 있다. 이 검사는 혈당 변화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살펴볼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혈당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방문단은 기술 소개에 이어 건협 서울서부지부 건강검진센터를 찾아 실제 검진 운영 과정을 견학했다. 수검자 접수부터 검사, 결과 관리에 이르는 절차를 살펴보고, 검진 데이터가 건강관리와 질병 조기 발견에 활용되는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일홈 라히모프 우즈베키스탄 국가건강보험제도 시행국장은 한국의 국가건강검진 체계와 암 선별검사, 진단 기술에 대한 설명이 자국의 보건의료 정책을 검토하는 데 참고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건의료 AI 분야에서도 한국의 데이터·증거 기반 실무 방식을 자국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사례와 지식을 지속적으로 배워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10월 22일 세계은행 디지털·AI 부문 동·남부아프리카(AFE)팀 관계자들이 건협을 찾은 데 이어 이뤄졌다. 당시 방문단도 AI 기반 질병 조기 발견과 건강검진 활용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건협은 연이은 해외 정책 담당자들의 방문이 한국의 국가건강검진 운영 경험과 AI 기술 활용 사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 중심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국가 차원의 건강검진 제도를 운영하려면 검사 기술뿐 아니라 검진 대상자 관리, 의료정보 처리, 결과 통보와 사후관리, 재정 운용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번 연수에서 보건 분야뿐 아니라 재무 분야 공무원들이 참여한 것도 디지털헬스 정책이 의료기술과 공공재정, 제도 운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다만 국가별 의료 인프라와 정보시스템, 재정 여건이 다른 만큼 한국의 검진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각국의 보건의료 환경에 맞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료데이터의 개인정보 보호와 AI 진단 보조기술의 안전성, 의료진의 최종 판단 체계 역시 디지털헬스 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다.
1964년 설립된 한국건강관리협회는 현재 전국 17개 시·도지부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며 국가건강검진과 맞춤형 건강검진 등 건강증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급 의료기관 약 300곳과 진료 협약을 맺고 있다.
건협은 이번 연수가 중앙아시아 각국의 디지털헬스 정책 수립과 건강검진 체계 구축에 참고가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한국의 건강검진 운영 경험과 기술 활용 사례를 해외와 공유하는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방문은 한국의 건강검진 경험이 해외 보건의료 정책 담당자들과 공유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이러한 교류가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소개를 넘어 각국의 의료 접근성과 공공보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논의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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