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유럽은 역대 최악의 산불을 겪었다. 폭염과 가뭄, 강풍이 겹치면서 동지중해 지역에서는 수백 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20명이 목숨을 잃고 8만 명이 대피했으며, 100만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불탔다. 국제 연구단체 월드 웨더 애트리뷰션(WWA)에 따르면, 이런 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해 강도가 약 22% 증가했으며,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지속되는 조건은 과거보다 13배 더 자주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반복적 재난인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여,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 소방관으로 구성된 300명 규모의 ‘급파 소방대’를 신설했다. 필요할 때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신속 대응 부대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인력 확충을 넘어, 산불 대응을 회원국 공동의 책임으로 격상하는 의미를 지닌다. 키프로스를 중심으로 한 지역 소방 허브 계획도 그 연장선에 있다. EU는 기후위기로 산불 위험이 커진 만큼, 국가를 넘어 대륙 단위에서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례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 역시 최근 몇 년간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산불은 단순한 산림 피해에 그치지 않고, 도시와 주거지, 교통과 에너지 인프라까지 위협하는 국가적 재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산불 대응을 일회성 소방 대응 수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신속대응 조직과 장비 운영,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산불 위험 예측과 실시간 감시, 중앙정부와 지자체·군·소방 당국이 연계된 통합 대응 훈련 등 다층적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산불을 단순 재난이 아닌, 기후위기와 연결된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EU의 300명 급파 소방대 신설은 단순한 유럽의 대응책을 넘어, 한국에도 기후위기 시대 산불 대응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산불은 앞으로 더 자주, 더 큰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국가 차원의 준비를 강화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EU의 사례는 경고이자 동시에 기회다. 기후위기에 맞서 산불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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