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약 한 달 전 양국이 제한적 휴전에 합의한 이후에도 산발적인 충돌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직접 공습과 이란의 해상 보복 공격이 맞물리며 중동 정세가 새로운 분수령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미 해군 구축함들이 이란군의 “도발 없는 공격”을 받았으며, 이에 대응해 이란 군사 시설에 대한 자위적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격 당시 현장에는 유도미사일 구축함 트럭스턴(DDG-103), 라파엘 페랄타(DDG-115), 메이슨(DDG-87) 등이 배치돼 있었으며, 이란 측이 미사일과 드론, 소형 고속정을 동원해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CENTCOM은 “미군 자산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위협 제거를 위해 정밀 타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타격 대상으로 지목한 곳은 이란 남부 해안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기지, 지휘통제 시설, 정보·감시·정찰(ISR) 거점 등이다.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언론은 복수의 미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공습이 반다르 압바스와 케슘(Qeshm) 섬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해상 위협 행위를 “국제 항행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여 왔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발표를 전면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군 대변인은 국영 방송을 통해 “미군 공습은 군사 시설이 아니라 케슘 섬과 반다르 카미르, 시리크 해안 인근 민간 지역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공격한 것은 기존 휴전 협정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란 측은 특히 최근 발생한 유조선 사건을 이번 충돌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 미군은 오만만에서 이란 국적 유조선 ‘M/T 하스나호’를 향해 전투기에서 포탄을 발사해 방향타를 무력화했다. CENTCOM은 해당 선박이 미국의 해상 봉쇄 조치를 위반한 채 이란 항구로 향하고 있었으며, 여러 차례 경고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은 보복 차원에서 차바하르 해협 동쪽과 차바하르 항구 남쪽 해역에서 미군 함정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국영 언론은 이란 보안군과 “적 세력” 간 교전 과정에서 케슘 섬 바흐만 부두의 상업 시설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이 단순한 국지전 차원을 넘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불안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확대될 경우 국제 유가와 글로벌 공급망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는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강경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휴전 이후에도 10차례 이상 미군을 공격했다”며 “현재까지는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미군은 방어적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필요할 경우 즉각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충돌이 사실상 ‘불완전한 휴전’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지만, 해상 봉쇄와 군사적 압박, 제한적 보복이 반복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일대에서 양측 함정과 드론, 미사일 전력이 밀집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은 다시 한 번 긴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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