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가 오랜 시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 온 하랄드 5세(Harald V) 국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991년 즉위한 이후 약 35년 동안 노르웨이의 국왕으로 재임했던 하랄드 5세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노르웨이 유엔대표부(NorwayUN)는 10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하랄드 5세 국왕을 추모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평생 헌신한 봉사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오슬로의 장례 행렬을 따라 국왕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는 시민들과 왕실 및 군 관계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노르웨이 왕실과 정부에 따르면 하랄드 5세 국왕은 8월 28일 오슬로 대학병원에서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왕실은 국왕이 평화롭게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하며 국민들에게 그의 삶과 봉사를 기려줄 것을 당부했다.
장례식은 9월 9일 수도 오슬로에서 거행됐다. 왕궁에서 오슬로 대성당으로 이어진 장례 행렬에는 왕실 가족과 군 관계자들이 참여했고, 거리에는 국왕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하려는 시민들이 모였다. 장례 행렬이 시작되면서 예포가 울렸고, 국왕의 관은 노르웨이를 상징하는 국기로 덮여 마지막 길에 올랐다.
왕비 소냐(Queen Sonja)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도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후계자인 하콘 왕세자 역시 장례 행렬에 함께하며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하랄드 5세의 재임 기간은 노르웨이가 현대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과 함께했다. 그는 군주의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국민과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며 노르웨이 사회에서 친숙한 군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왕실의 권위만을 강조하기보다 국민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장례에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왕실과 해외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스웨덴과 덴마크를 비롯해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모나코, 요르단 등의 왕실 인사들이 오슬로를 찾았으며, 영국과 일본 등에서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의 정치 지도자와 고위 인사들도 장례식에 함께했다.
시민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오슬로 거리에는 장례 행렬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며, 국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반에 공개된 조문 기간에도 수많은 시민이 왕궁 등을 찾아 고인을 추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식을 마친 뒤 하랄드 5세 국왕의 관은 아케르스후스 요새(Akershus Fortress)에 마련된 왕실 묘역으로 옮겨졌다. 이곳은 노르웨이 왕실의 역사와 함께해 온 장소로, 역대 왕실 구성원들이 안치돼 있다.
하랄드 5세의 서거는 노르웨이 왕정에도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1991년부터 이어진 그의 통치가 끝나면서 왕위 계승 절차가 진행됐고, 후계자인 하콘 왕세자가 새로운 국왕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하랄드 5세가 남긴 가장 큰 흔적은 화려한 왕실의 권위보다 국민과 함께했던 시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변화의 순간마다 국민 곁에 섰던 군주의 모습은 그의 통치 기간을 기억하는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유엔대표부가 전한 짧은 추모 메시지는 이러한 분위기를 함축한다. 한 국가의 군주로서 보낸 긴 세월을 뒤로하고 떠난 하랄드 5세에게 노르웨이는 마지막 경의를 표했고, 그의 시대는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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