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연방 정상회의 앞두고 특별 예배 참석, 56개 회원국의 협력과 연대 의미 되새겨
- 기후위기·경제협력·식민지 역사 문제까지, 영연방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 주목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를 방문해 독립 45주년을 축하했다. 이번 방문은 2026년 영연방 정상회의(CHOGM)를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오랜 역사적 관계를 이어온 회원국들이 앞으로 어떤 협력을 만들어갈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국 왕실은 2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앤티가 바부다의 수도 세인트존스에 있는 오순절교회 '하우스 오브 레스토레이션(House of Restoration)'을 방문한 사진과 소식을 공개했다. 국왕 부부는 앤티가 바부다의 독립 45주년을 기념하고 영연방의 화합과 연대를 기원하는 특별 예배에 참석했다.
앤티가 바부다는 1981년 11월 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카리브해 국가다. 올해 독립 45주년을 맞은 이 나라는 영연방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각국 정상과 대표단을 맞이하고 있다.
영국 PA통신에 따르면 이날 예배에는 개스턴 브라운 앤티가 바부다 총리와 로드니 윌리엄스 총독을 비롯해 종교 지도자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했다. 행사에서는 영연방 56개 회원국의 국기를 든 청년들이 입장했으며, 음악 공연과 성경 낭독,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기도가 이어졌다. 앤티가 바부다 출신의 세계적인 크리켓 선수 비브 리처즈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영연방이 지향해야 할 협력의 의미도 강조됐다. 연설에 나선 어니스트 플레밍 주교는 영연방의 번영이 일부 국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모든 회원국이 함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작은 국가와 청년, 여성, 장애인, 원주민 공동체 등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연방은 영국과 역사적 관계를 맺어온 국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56개 회원국의 협력체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인도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경제적 여건을 갖고 있지만 민주주의와 교육, 경제발전, 기후변화 대응 등 공동의 과제를 중심으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영연방의 수장으로서 회원국 간 교류와 연대를 상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 영연방 정상회의는 '번영하는 영연방을 위한 파트너십과 투자 가속화'를 주제로 앤티가 바부다에서 열린다. 정상회의에서는 경제협력과 투자 확대, 지속 가능한 발전, 기후변화 대응 등 회원국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앤티가 바부다를 비롯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들에게 기후변화는 일상과 경제를 위협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 강력한 허리케인 등으로 피해가 반복되면서 관광과 어업, 주거환경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는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재정 지원과 재난 대응 역량 강화, 지속 가능한 산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이러한 요구가 회원국 간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영국 왕실 역시 이번 카리브해 순방에서 환경 지속가능성과 생물다양성, 지역사회의 회복력, 청년 참여 등을 주요 관심 분야로 제시했다. 왕실이 지난 10월 2일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은 10월 27일부터 11월 4일까지 바하마와 가이아나, 앤티가 바부다를 방문한다. 현지에서는 환경보전 활동과 지역사회 관계자 면담, 청년 및 기업인들과의 교류 등이 진행된다.
오랫동안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찰스 3세 국왕에게 이번 순방은 자연환경 보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편 영연방이 공유해 온 역사에는 협력과 우호의 경험뿐 아니라 식민지 지배와 노예무역이라는 아픈 과거도 남아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카리브해 국가들이 영국의 역사적 책임을 다시 제기하면서 이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월 27일 카리브해 국가들이 영국에 과거 노예제와 식민지 지배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리브해공동체(CARICOM)는 노예제의 역사적 피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바하마 방문 당시 노예제로 인한 고통과 역사적 부당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영국 왕실은 공식 사과를 발표할 계획이 없으며, 영국 정부 역시 금전적 배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카리브해 국가들은 과거 식민지 지배와 노예무역의 영향이 오늘날의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구조에도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영국 정부는 역사적 문제에 관한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재정적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영연방이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원국들이 독립된 국가로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체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앤티가 바부다 정부 역시 독립 45주년을 맞아 경제적 자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지 매체 앤티가뉴스에 따르면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지난 10월 31일 열린 독립기념 및 영연방 대표단 환영 행사에서 작은 섬나라들이 직면한 기후변화와 경제적 취약성,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회원국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가 외교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투자와 경제적 회복력, 포용적인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찰스 3세 국왕 부부의 앤티가 바부다 방문은 한 나라의 독립 45주년을 축하하는 왕실 외교인 동시에, 영연방이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여러 국가가 이제 독립된 회원국으로 참여해 기후위기와 경제발전, 역사적 정의에 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로 다른 역사와 현실을 가진 국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조율하고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갈지, 이번 영연방 정상회의의 논의와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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