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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과 러시아산 경유 공급 합의…우크라이나 반발 속 제재 실효성 논란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10.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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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산 경유 80만 톤 단계적 공급 발표, 미국, 에너지 가격 안정 위해 제재 한시 완화
  •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의 물가 안정 카드, 전문가들 “가격 인하 효과 제한적”
  • 젤렌스키 “러시아 전쟁 자금 늘리는 결정” 비판, 대러 제재 신뢰성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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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The White Hous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급등한 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 확보를 돕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대러시아 제재의 신뢰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 등 주요 외신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경유 30만 톤 이상을 즉시 국제시장에 공급하고, 11월 중 50만 톤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상황에 따라 공급량을 더 늘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합의에 맞춰 러시아산 경유 거래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미국 재무부는 관련 거래를 2027년 4월 7일까지 허용하는 일반허가를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지해 온 에너지 제재 기조에서 벗어나는 조치라는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중동의 에너지 공급과 해상 운송에 차질이 발생한 데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과 러시아의 경유 수출 제한까지 겹치면서 국제 석유제품 시장의 공급 불안이 심화됐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9일 전후 미국의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약 6.28달러로,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70% 상승했다. 경유 가격은 화물 운송과 농업 생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경유 공급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NN에 따르면 우선 공급 예정인 80만 톤은 약 600만 배럴로, 미국의 경유 소비량 약 1.5일분에 해당한다.


에너지 투자회사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의 댄 피커링 설립자는 이번 공급 확대가 시장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제 경유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연구원 역시 러시아가 약속한 물량을 모두 공급하더라도 일시적인 처방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실제 공급 능력도 변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고 국내 연료 부족이 발생하자 지난 7월 경유 수출을 제한했다. 따라서 수출을 재개하더라도 정유시설 복구 상황과 국내 수요에 따라 공급량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9일 미국 경유 선물 가격은 약 4% 하락했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시장 반응이 소비자 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합의가 러시아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강대국 파트너의 나약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러시아산 경유 거래로 발생하는 수익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우크라이나 고위급 대표단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 등과 종전 협상을 진행하던 시점에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대표단이 미국과 협상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에너지 거래를 논의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의 제재 정책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됐다. CNN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에서 제재 정책을 담당했던 리처드 네퓨 전 부조정관은 미국이 국내 경제적 필요를 이유로 제재를 완화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제재 이행을 요구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국제시장에 원유 및 석유제품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 조건과 공급 일정, 실제 이행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에너지 가격 안정이라는 미국의 국내 경제적 목표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제한하려는 국제사회의 제재 정책이 충돌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경유 공급 확대가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완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익을 늘리고 우크라이나와의 외교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남는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실제 경유 가격 인하 효과뿐 아니라 대러시아 제재의 실효성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평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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