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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넘게 살아온 거대 산호…아메리칸사모아 바닷속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9.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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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이 6.4m·둘레 41m ‘빅 마마’ 등 세계 최대급 포리테스 산호 서식
  • 산호초에서 수심 5,000m 심해까지, NOAA, 해저산·열수분출공 생태계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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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사모아 국립해양보호구역(National Marine Sanctuary of American Samoa) 소개 포스터 [사진=NOAA's Ocean Service x]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자라온 거대한 산호가 있다. 그 아래 수천m 깊이의 바다에는 햇빛 한 줄기 닿지 않는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아간다. 남태평양의 미국령 아메리칸사모아 바다 이야기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Ocean Service는 15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아메리칸사모아 국립해양보호구역(National Marine Sanctuary of American Samoa)을 소개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것으로 알려진 포리테스(Porites)속 산호 군체를 비롯해 심해 산호와 열수분출공 생태계, 해양고고학 자원 등이 분포한다.


아메리칸사모아는 하와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0㎞ 떨어진 남태평양에 자리한 미국령으로, 5개의 화산섬과 2개의 산호 환초로 이뤄져 있다.


이곳의 해양보호 역사는 1986년 파가텔레만(Fagatele Bay)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2년 보호 범위가 대폭 확대돼 현재는 6개 구역, 총 1만3,581제곱마일(약 3만5,175㎢)의 바다가 보호 대상에 포함돼 있다.


특징적인 점은 보호 대상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얕은 바다의 산호초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안 산호초에서 외해와 심해, 해저산과 열수분출공까지 다양한 해양환경이 하나의 보호체계 안에 들어 있다.


500년 넘게 자란 거대 산호 ‘빅 마마’


아메리칸사모아의 바다를 상징하는 존재 가운데 하나는 오랜 세월에 걸쳐 몸집을 키워온 거대한 포리테스 산호다.


타우(Ta‘ū)섬 보호구역에는 ‘거인의 계곡(Valley of the Giants)’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이름 그대로 거대한 산호 군체가 모여 있는 곳으로, 일부 산호는 폭이 30피트(약 9.1m)를 넘는다.


이 가운데 특히 알려진 것이 ‘빅 마마(Big Momma)’라는 이름의 Porites lutea 군체다.


NOAA 자료에 따르면 빅 마마는 높이가 21피트(약 6.4m)를 넘고 둘레는 약 135피트(41m)에 이른다. 나이는 5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산호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군체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거대한 크기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포리테스 산호는 매우 느리게 성장하며 일부는 1년에 약 1㎝ 정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호가 간직한 것은 크기와 나이만이 아니다. 산호 골격에는 나무의 나이테와 비슷한 성장층이 쌓인다. 과학자들은 이를 분석해 당시의 수온과 해양환경 등 과거 바다의 변화를 추적한다. 빅 마마에서도 2012년 산호 코어를 채취해 수백 년에 걸친 성장 기록을 조사했다.


수백 년 동안 변화하는 바다를 견뎌온 산호지만 최근의 환경 변화는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NOAA는 해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 등을 이들 오래된 산호가 직면한 주요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산호초 아래 수심 5,000m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아메리칸사모아의 또 다른 가치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에 있다.


보호구역의 생태계는 연안에서 수심 5,000m가 넘는 심해까지 이어진다. 햇빛이 비치는 얕은 바다에서는 열대 산호초가 발달해 있지만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냉수성 산호와 해면동물, 해저산과 열수분출공을 중심으로 전혀 다른 생태계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장소가 바일룰루우(Vailuluʻu) 해저산이다. 아메리칸사모아에서 열수 활동이 확인된 해저산으로, 해저에서 솟아오른 활화산이다. 화산 내부에는 ‘나파누아(Nafanua)’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화산 원뿔도 형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하로 스며든 바닷물이 마그마의 열에 의해 뜨거워진 뒤 각종 광물 성분을 품은 채 다시 바닷속으로 뿜어져 나온다. 일부 열수의 온도는 화씨 418도, 섭씨 약 214도 이상에 이를 수 있다.


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생명은 이어진다. 태양에너지가 아니라 화학반응에서 얻은 에너지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고, 이를 중심으로 새우와 게, 달팽이 등 독특한 생물들이 살아간다.


NOAA, 2026년 아메리칸사모아 심해 탐사


아메리칸사모아의 깊은 바다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NOAA가 올해 이 지역에서 심해 탐사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NOAA Ocean Exploration은 ‘2026 American Samoa ROV + Mapping Exploration’을 통해 아메리칸사모아 주변 심해 생태계와 해저지형을 조사하고 있다.


탐사에는 NOAA의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Okeanos Explorer)가 투입됐다. 연구진은 원격조종 무인잠수정(ROV)을 내려보내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심해의 생물과 지질 환경을 촬영하고, 음향장비 등을 이용해 해저지형을 정밀하게 지도화한다.


현재 아메리칸사모아 해역에는 48개의 해저산이 알려져 있지만 상당수 심해지역은 생물 분포와 지질학적 특성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이번 탐사에서는 심해 산호와 해면동물 군집을 비롯해 어류 서식지, 심해 평원, 해저산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특히 로즈 환초(Rose Atoll) 인근에서는 깊이 때문에 과거 충분히 조사하지 못했던 해저산도 살펴본다. 해당 해저산은 기저부가 약 5,500m, 정상부조차 약 3,000m 깊이에 있어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곳이다.


보호구역 내 심해 평원에 대한 상세한 영상 관측도 추진된다. 높은 수압과 낮은 온도, 부족한 먹이 등 극한의 조건 속에서 어떤 생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주요 연구 과제다.


산호가 살아가는 바다의 변화도 기록한다


심해 탐사와 함께 얕은 바다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NOAA 국가산호초모니터링프로그램(NCRMP)은 아메리칸사모아와 태평양 도서지역에서 산호와 어류의 상태, 해수의 화학적 특성 등을 장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히 연구진이 살펴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해양 산성화다.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해수의 화학적 성질이 변하고, 산호가 골격을 만드는 데 필요한 탄산칼슘 광물인 아라고나이트(aragonite)의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수의 화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한편 어류와 저서생물 조사, 산호초 3차원 촬영, 환경DNA(eDNA) 채취 등 다양한 방법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환경DNA는 생물이 물속에 남긴 피부세포나 점액, 배설물 등에 포함된 DNA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생물을 직접 잡지 않고도 어떤 생물이 해당 해역에 서식하는지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산호와 함께 3천 년의 인간 역사도 보존


아메리칸사모아 국립해양보호구역이 지키는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바다에는 3,000년이 넘는 인간의 역사도 함께 남아 있다.


고대 사모아인의 해안 유적부터 침몰 선박,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시설과 항공기의 흔적까지 다양한 해양문화유산이 보호구역 곳곳에 분포한다.


파가텔레만 해안에서는 고대 사모아인들이 암초 가장자리에 만든 것으로 알려진 ‘포아가(foaga)’라는 석조 흔적을 볼 수 있으며, 로즈 환초 주변에서는 19세기 후반의 침몰선과 20세기 초 미국 해군 행정당국과 관련된 유산도 확인됐다.


NOAA는 이러한 자연·문화자원을 연구와 교육, 지역사회 협력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500년 넘게 한자리에서 성장한 산호와 수천m 깊이에서 살아가는 심해 생물, 그리고 바다에 남겨진 인간의 역사. 아메리칸사모아 국립해양보호구역은 하나의 보호구역 안에 서로 다른 시간과 생태계가 겹쳐 있는 곳이다.


올해 진행되는 심해 탐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알려진 거대 산호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아직 제대로 관찰되지 않은 깊은 바다에 어떤 생명과 환경이 존재하는지를 기록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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