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이탈리아 공화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존속한 정부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기간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정치적 안정이 국가의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멜로니 총리는 4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오늘 우리 정부는 이탈리아 공화국 역사상 가장 장기 집권한 정부가 됐다”며 감사와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멜로니 정부의 집권 일수는 1,413일에 이르며, 기존 최장수 기록이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제2차 정부 기록을 넘어섰다.
멜로니 총리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집권 기간이 아니었다. 그는 정치적 안정이 국가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며, 국민과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총선 이후 출범한 멜로니 정부는 우파 성향의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을 중심으로 한 연립정부 형태로 운영돼 왔다. 여러 정당이 참여한 연정이 4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이탈리아 정치에서 보기 드문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어온 것이 이번 기록으로 이어졌다.
멜로니 총리는 그동안 정부가 고용 확대와 실업 감소, 가족 및 기업 지원, 국가안보 강화, 공공재정 관리, 국제사회에서 이탈리아의 영향력과 신뢰 회복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장기 집권의 배경을 자신의 개인적인 성과로 돌리지 않았다. 공동의 가치와 목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 연립정부가 오랜 기간 협력해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다른 정치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결집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를 위한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함께했다는 것이 멜로니 총리의 설명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공화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 유지된 정부 세 곳이 모두 중도우파 계열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정치적 안정은 단순히 정당들이 함께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목표, 국가에 대한 공통된 비전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기록은 잦은 정권 교체와 연립정부의 변화가 반복돼 온 이탈리아 현대 정치의 특성을 고려할 때 더욱 의미가 크다. 기존 최장수 정부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끌었던 제2차 정부로, 2001년 6월부터 2005년 4월까지 1,412일 동안 존속했다. 멜로니 정부는 이를 하루 넘어섰다.
멜로니 총리는 이러한 안정성이 결국 2022년 선거에서 자신에게 국정 운영을 맡긴 이탈리아 국민의 선택에서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국민의 지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내년에는 국민 앞에 정부가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 앞으로 이탈리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다시 한번 국민의 판단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가 2027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메시지는 향후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저녁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 바리에서 열린 자신의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 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는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 그동안의 국정 운영을 돌아보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다만 장기 집권에 대한 평가는 정치권과 사회에서 엇갈린다. 지지자들은 연립정부의 안정적인 운영과 정치적 지속성을 주요 성과로 평가하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임금 수준과 공공서비스, 생산성 등 이탈리아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멜로니 정부에 이번 최장수 정부 기록은 하나의 성과인 동시에 새로운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장기간 유지된 정치적 안정성을 실제 경제 성장과 사회개혁, 국민 생활의 개선으로 얼마나 연결해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총리 역시 자신의 메시지에서 기록에 안주하기보다 앞으로의 국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일은 계속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1,413일이라는 집권 기록을 넘어 앞으로 남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2027년 총선에서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가 멜로니 정부의 다음 중요한 정치적 시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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