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산림 연구기관인 미국 산림청(United States Forest Service, USFS)의 연구시설 대규모 폐쇄를 검토하면서 국제 과학계가 충격에 빠졌다. 수십 년, 일부는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장기 생태 연구가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산불(wildfire)·생물다양성(biodiversity) 연구 전반에 심각한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미국 산림청은 현재 운영 중인 77개 연구시설 가운데 57곳의 폐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는 전체 연구 거점의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자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개편(reorganization)이 아니라 “미국 산림과학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결정”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산림청 연구개발 부문(Research and Development, R&D)은 세계 최대의 산림 연구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약 1,000명의 연구 인력이 활동하고 있으며, 박쥐를 집단 폐사시킨 화이트 노즈 증후군(White-nose Syndrome)의 원인 곰팡이를 규명하거나,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활용되는 산불 예측 모델(wildfire prediction model)을 개발하는 등 국제적 성과를 축적해왔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실험림(Experimental Forest) 연구시설이다. 이곳은 단기간 연구가 아닌 수십 년에 걸친 장기 생태 관측(long-term ecological observation)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컷풋 실험림(Cutfoot Experimental Forest)처럼 일부 연구지는 70~100년에 걸친 산림 변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퇴직한 한 산림청 연구원은 “70년 연구를 잃어버린 뒤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같은 데이터를 얻을 수는 없다”며 “이런 연구지는 대체 불가능하다(irreplaceable)”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장기 산림 데이터(long-term forest data)가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산림의 탄소 흡수량(carbon sequestration), 산불 발생 패턴, 생물종 변화, 병해충 확산 등은 수십 년 단위의 누적 관측을 통해서만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연구시설 폐쇄는 단순한 건물 정리 수준이 아니라, 축적된 생태 관측 체계(ecological monitoring system)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산림청은 최근 18개월 동안 연구개발 부문 인력을 대폭 줄였고, 2026년과 2027년 예산안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을 사실상 ‘0’으로 제안했다. 의회(Congress)가 일부 예산을 복원했지만, 향후 추가 삭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Trump administration) 측은 노후 시설 유지비 절감과 연구 효율화가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산림청장 톰 슐츠(Tom Schultz)는 의회 청문회(congressional hearing)에서 “연구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개편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연구원 재배치(relocation)와 프로그램 이전을 통해 연구 지속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직 산림청장 비키 크리스천슨(Vicki Christiansen)은 이번 정책이 “매우 근시안적(short-sighted)”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 축소가 필요하더라도, 여러 세대가 축적해온 핵심 연구 기반(core research infrastructure)은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미국 내부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미국 산림청의 연구 데이터는 국제 기후변화 모델(global climate models)과 생태계 예측 연구(ecosystem forecasting)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과 이상기후(extreme weather)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장기 산림 연구의 약화는 국제 기후 대응 능력(climate response capacity)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과학 연구에서 “시간(time)”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첨단 장비나 인공지능(AI) 기술로도 수십 년 동안 축적된 현장 데이터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연구시설 축소 논란은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적 기록(scientific record)과 지구 환경 대응 역량(environmental resilience)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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