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학술지 <Science Immunology>에 발표된 한 연구가 차세대 면역치료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체내에서 직접 세포독성 CD8 T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새로운 mRNA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 치료뿐 아니라 만성 바이러스 감염과 자가면역질환 치료 분야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프랙탈카인(fractalkine, CX3CL1)을 결합한 mRNA 지질나노입자(LNP)를 활용해 특정 T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가는 기술을 구현했다. 프랙탈카인은 CX3CR1이라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수용체는 세포독성 CD8 효과기 T세포(Teff cells)에 많이 존재한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프랙탈카인을 LNP 표면에 부착했고, 이를 통해 원하는 면역세포에만 mRNA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mRNA-LNP 기술은 특정 장기나 세포를 정밀하게 표적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면역세포 가운데서도 특정 T세포만 선택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자연적인 수용체-리간드 결합 원리를 활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험 결과도 인상적이다. 생쥐 모델에서는 혈액과 비장 내 효과기 T세포의 최대 95%까지 mRNA 전달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IL-2를 생성하는 mRNA를 전달해 실제로 T세포가 IL-2를 분비하도록 만들었으며, 인간 CD62L 유전자를 전달했을 때는 효과기 T세포가 다시 림프절 이동 능력을 일부 회복하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면역세포의 기능 자체를 체내에서 재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사람과 면역체계가 유사한 붉은털원숭이 실험에서도 거의 모든 말초 혈액 T세포에 mRNA 전달이 가능했던 점은 연구의 임상적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향후 사람 대상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용되는 CAR-T 치료는 환자의 T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유전적으로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반면 이번 기술은 체내에서 직접 원하는 T세포를 찾아 일시적으로 기능을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치료 과정이 훨씬 단순해질 수 있다. 또한 필요 시에만 일시적으로 세포를 조절할 수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향후 암 면역치료는 물론 HIV 같은 만성 바이러스 감염, 면역 기능 조절이 필요한 다양한 질환 치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인 만큼 장기 안전성과 실제 임상 효능에 대한 추가 검증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mRNA 기술이 백신을 넘어 면역세포 자체를 체내에서 직접 재설계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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