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와 국가 전략 이익 보호를 동시에 겨냥한 새로운 해외투자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적 분쟁과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대응 체계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리창 총리가 서명한 해외투자 관련 신규 행정규정을 공개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총 34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번 규정은 해외투자 활동에 대한 법적 기반을 체계화하고, 중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해외 권익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법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는 공동 설명을 통해 이번 규정이 "고수준 대외개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법치 성과"라며 "중국 해외투자 발전 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규정의 핵심은 해외투자 확대와 국가안보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데 있다.
중국 정부는 투자자들이 시장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해외투자를 결정하고 국제 협력과 경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투자자는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고 투자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원칙 아래 보다 자율적인 투자 활동을 보장받게 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사업과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해외 산업 협력과 인프라 구축, 첨단 제조업 투자 등을 통해 중국 기업의 국제 시장 진출을 더욱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규정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연결해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중국 투자 규제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분야의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사업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몇 년간 해외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과 첨단기술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투자 심사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새 규정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중국 기업이 차별적 규제나 투자 제한 조치를 받을 경우 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응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외국 정부나 국제기구가 중국 기업에 대해 부당한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 수단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촉진 정책을 넘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의 권익 보호를 국가 차원의 전략 과제로 격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투자 지원 서비스도 대폭 강화된다. 중국 정부는 외교, 법률, 금융, 세무, 통관,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국제 중재와 분쟁 해결, 지식재산권 보호, 회계 및 감사 서비스 등 전문 서비스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와 첨단산업 투자에 참여하면서 법률·금융·지식재산권 관련 지원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규정은 해외투자 과정에서의 위험 관리와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현지 법률과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하며, 지역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고 공정 경쟁과 기업 윤리를 실천해야 한다. 이는 중국 기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높이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산업 분야의 해외 직접투자(ODI)는 4,294억 위안(약 630억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이 중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더욱 촉진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개방 확대’와 ‘국가 이익 수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투자 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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