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는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에페로사이토시스(Efferocytosis)’ 과정을 통해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암 조직 내에서는 이러한 정상적인 청소 기능이 오히려 종양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암 면역학 분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연구진은 대식세포가 죽은 암세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발현과 염색질 구조가 재편되며, 결과적으로 종양을 돕는 방향으로 기능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에서 대식세포의 역할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종양 연관 대식세포에서 에페로사이토시스가 혈관신생 촉진 기능과 염색질 재구성을 유도한다(Efferocytosis induces proangiogenic function and chromatin remodeling in tumor-associated macrophages)”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연구는 로이 발라반(Roi Balaban), 오리 모스코비츠(Ori Moskowitz), 마이아 레빈슨(Maiia Levinson), 노암 오퍼(Noam Ofer) 연구팀과 메라브 코헨(Merav Cohen) 교수가 주도했으며, 국제 학술지 Science Immunology(사이언스 이뮤놀로지)에 2026년 6월 5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에페로-시크(Effero-seq)’라는 새로운 단일세포 분석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산성 환경에서 형광이 증가하는 피에이치로도(pHrodo) 염료를 활용해 대식세포가 죽은 세포를 삼킨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분자적 변화를 겪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개별 대식세포 수준에서 에페로사이토시스 이후 유전자 발현 변화와 세포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죽은 세포를 많이 제거한 대식세포일수록 특정 유전자 집단이 점진적으로 활성화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에페로 점수(Effero-score)’라고 명명했다. 이 유전자 프로그램은 단순히 세포 청소 활동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대식세포의 기능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쥐 흑색종(멜라노마, Melanoma) 모델에서 에페로사이토시스를 수행한 대식세포는 새로운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친혈관신생(Proangiogenic) 특성을 획득했다. 이들 세포는 종양 내 혈관 주변 영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했으며, 종양 성장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 공급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한 에페로사이토시스가 단순한 유전자 발현 변화에 그치지 않고 대식세포의 염색질 접근성(Chromatin Accessibility)을 재구성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러한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변화는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주요 신호인 인터페론 감마(Interferon-γ, IFN-γ)에 대한 대식세포의 반응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암세포를 공격해야 할 면역세포가 점차 면역 억제적이고 종양 친화적인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간 포도막 흑색종(Uveal Melanoma) 환자 데이터도 분석했다. 그 결과 에페로 점수(Effero-score)가 높은 환자일수록 생존율이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에페로사이토시스에 의해 유도되는 대식세포 재프로그래밍이 실제 암 환자의 예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종양 미세환경에서 대식세포가 어떻게 종양 촉진 세포로 전환되는지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에페로사이토시스 과정이 대식세포의 유전자 발현과 후성유전학적 상태를 장기간 변화시키며 혈관신생 촉진과 면역 회피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향후 에페로사이토시스 과정 또는 에페로 점수와 관련된 분자 경로를 조절함으로써 종양 연관 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s, TAMs)의 종양 촉진 기능을 차단하고, 암 면역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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