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탄생한 직후인 하데아 시대(Hadean Eon)의 암석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당시 형성된 지르콘(Zircon) 결정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초기 지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수십억 년 된 지르콘 속에 기록된 희토류 원소(REE)의 분포를 분석함으로써 지구 최초 대륙지각의 성격을 복원하려 노력해 왔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하데아 시대 마그마의 기원을 새롭게 해석하며, 초기 지구에 이미 진화된 화강암질 지각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Rare earth element partitioning in Hadean zircons establishes granitic magma source(하데아 시대 지르콘의 희토류 원소 분배 분석을 통한 화강암질 마그마 기원 규명)」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며, 중국과 마카오, 캐나다 연구진이 공동 수행했다. 제1저자는 신우 조우(Xinyu Zou)이며, 자오 융(Yong Zhao), 샤오차이 샨(Xiaocai Shan), 지롄 장(Jilian Jiang), 로스 N. 미첼(Ross N. Mitchell), 리 시안화(Li Xianhua) 등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2026년 5월 26일 발표되었다.
연구진은 하데아 시대 지르콘으로부터 모(母) 마그마의 희토류 원소 조성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지적되어 온 ‘지르콘-용융체 희토류 원소 분배계수(DREE)’ 문제에 주목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동일한 원소에 대해서도 분배계수 값이 수십 배에서 수천 배까지 차이를 보였으며, 이 때문에 초기 지각의 성격을 안산암질, TTG(Tonalite-Trondhjemite-Granodiorite)질 또는 화강암질 등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천 개의 천연 지르콘-암석 쌍 자료를 구축하고, 결정 구조 내 원소 치환 특성을 설명하는 ‘격자 변형 모델(Lattice Strain Model, LSM)’을 적용했다. 특히 δK 편차지수를 이용해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만 선별함으로써 현재까지 가장 규모가 큰 고품질 지르콘 희토류 원소 분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실리카 함량이 높은 고SiO₂ 마그마와 낮은 저SiO₂ 마그마에 대한 희토류 원소 분배 범위를 통계적으로 재정립했다.
연구의 중요한 검증 단계는 캐나다 북서부의 고대 암석 지대인 아카스타 편마암 복합체(Acasta Gneiss Complex)를 이용한 것이다. 약 40억 년 전 형성된 이 암석은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 최고(最古)의 암석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세대의 지르콘에 새롭게 도출한 분배계수를 적용한 결과, 실제 암석의 희토류 원소 패턴을 매우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연구진이 제안한 모델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이어 연구진은 호주의 잭 힐스(Jack Hills),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그린 사암층(Green Sandstone Bed), 인도의 싱붐 크라톤(Singhbhum Craton)에서 발견된 하데아 시대 쇄설성 지르콘에 이 모델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복원된 모 마그마의 희토류 원소 패턴은 초기 지구의 대표적 규장질 암석으로 알려진 TTG나 아카스타 편마암보다도 더욱 진화된 화강암질 조성과 가장 잘 일치했다. 다시 말해, 40억 년이 넘는 초기 지구에서도 이미 상당한 분화 과정을 거친 화강암질 마그마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초기 지구에 대한 기존 인식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하데아 시대 지각은 주로 현무암질 또는 원시적인 마그마에 의해 형성되었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는 보다 성숙한 대륙성 지각이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등장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행성 분화, 초기 판구조 운동, 지각 재활용, 그리고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의 형성 시기를 재평가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하데아 시대 지르콘 해석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격자 변형 모델과 빅데이터 기반 통계 분석을 결합한 새로운 접근법은 앞으로 다양한 광물과 마그마 시스템에서 원소 분배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복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지구 초기 진화뿐 아니라 다른 행성의 지각 형성과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연구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번 연구는 수십억 년 전 생성된 미세한 지르콘 결정 속에 남겨진 희토류 원소의 흔적을 통해, 지구 최초 대륙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복원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초기 지구가 단순한 원시 행성이 아니라 이미 복잡한 지각 진화 과정을 경험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인류가 지구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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