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합의에도 안전보장 흔들려… IMO 대피작전 중단, 국제유가 상승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을 공격하면서 중동 해상안보가 다시 불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진행해오던 선원 대피 작전을 전면 중단했으며, 국제 원유시장도 즉각 반응하며 유가가 상승했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이번 공격이 단순한 군사행동을 넘어 이란이 여전히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과시한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해협의 정상화를 선언한 직후 발생한 공격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공격을 받은 화물선이 이란이 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드론)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해상무역운영국(UKMTO)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우현에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명중해 선교 일부가 파손됐지만 인명 피해나 해양오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선박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때 각별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의심스러운 활동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도록 권고받고 있다.
이번 공격의 여파는 즉각 국제 해운시장으로 확산됐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페르시아만에 고립돼 있던 수백 척의 선박과 1만1천여 명의 선원을 안전지역으로 이동시키던 대피 작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선원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며, 항행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대피 계획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을 받은 선박은 IMO가 운영하는 대피 체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해상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몇 시간 전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만 안전한 통항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직후 발생했다. 이후 이란이 최근 설치한 '페르시아만 해협 관리청'도 허가받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사실상 해협 통제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해외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통과하는 만큼, 해협의 통제 여부는 국제 에너지 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걸프 국가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주 60일간의 휴전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에 합의했다. 미국은 일부 대이란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며, 세부적인 핵 프로그램과 우라늄 농축 문제는 향후 실무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해당 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 또는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제 수로에서 어떠한 형태의 통행료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바레인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외교장관 회의에서 "국제 수로는 특정 국가가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이는 어떤 협상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걸프 국가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모든 형태의 통행료와 통제 시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국제 원유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합의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이번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브렌트유는 장중 약 2% 올라 배럴당 74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감했으며, 투자자들은 향후 해협 봉쇄 가능성과 추가 군사충돌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오는 30일부터 핵개발과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어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란은 레바논 전선과 핵협상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려는 미국의 입장과 달리 중동 전체 안보 환경이 협상과 직결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선박 공격이 일회성 무력시위에 그칠지, 아니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새로운 긴장의 시작이 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성은 국제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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