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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도 장비도 멈춘 베네수엘라… 폐허 속 맨손 구조 이어져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7.0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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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두 차례의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진=Davao Updates Facebook]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두 차례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최대 피해 지역인 라과이라(La Guaira)는 여전히 참혹한 폐허 속에서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언론들은 이번 재난이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장기간 이어진 경제난과 국가 기반시설의 붕괴, 정부의 대응 역량 부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인도주의적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구조 장비와 연료 부족이다. CNN 등 해외 언론은 무너진 건물 옆에 굴착기가 서 있었지만 연료가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굴착기 운전사는 구조 작업을 계속하고 싶지만 주유할 휘발유가 없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에서 구조 장비를 움직일 연료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삽과 곡괭이, 쇠지렛대는 물론 맨손까지 동원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가족과 이웃을 찾고 있다. 붕괴된 아파트와 건물 곳곳에서는 구조 장비 대신 사람들의 손길에 의존한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자를 찾기 위한 작업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가족을 찾기 위해 급히 귀국한 엔지니어 하셀 멘도사는 어머니와 여동생, 형부, 조카가 무너진 아파트 잔해 속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장에서 직접 구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철근을 절단할 장비조차 없어 구조보다 필요한 도구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 역시 드릴이나 생존자 탐지 장비 같은 기본적인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망자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 사망자가 2천 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국제기구들은 실제 희생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엔은 추가 희생자 발생에 대비해 시신 수습용 바디백 수천 개를 확보했으며, 피해 지역에는 임시 영안실이 설치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정부의 대응 능력을 둘러싼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국가가 오랫동안 정치적 통제와 선전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재난 대응 체계와 공공 서비스가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초기 혼란은 있었지만 구조 작업이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와 구조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국민들에게 정부를 신뢰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현장의 분위기는 정부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 곳곳에서는 구조 장비 부족과 늦어진 대응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주민들이 국가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잔해를 파헤치며 가족을 찾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사연 가운데 하나는 두 어린 딸을 잃은 데이비스 라모스의 이야기다. 그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 곧바로 가족이 있던 아파트로 달려왔지만 건물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이후 며칠 동안 직접 잔해를 파헤치며 딸들의 흔적을 찾고 있는 그는 "울 시간조차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물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라며 가족을 찾을 때까지 구조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후 일반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72시간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지만 구조대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국제 구조단체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생존자가 발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구조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남미 여러 나라에서 파견된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도 현장에 합류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의료진과 구조 장비, 식수와 긴급 구호물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파괴된 도로와 항만, 통신망, 그리고 연료 부족으로 인해 구호물자의 전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자연재해의 피해를 넘어 경제 위기와 국가 기반시설의 취약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폐허가 된 라과이라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주민들이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위에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작은 생명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구조의 골든타임은 지났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며, 긴급 구조와 함께 장기적인 복구와 재건을 위한 국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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