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시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전쟁이 5년째로 접어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막대한 인명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도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한 채 장기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안보 환경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해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과 군사기지, 물류시설 등을 잇달아 타격하며 전쟁의 공간적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전쟁의 피해가 주로 우크라이나 영토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모스크바 인근을 포함한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도 드론 공습으로 항공편이 중단되고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 국민들에게도 전쟁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현실을 체감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 역시 대규모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계속 압박하고 있지만, 전선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동부 전선에서 일부 진격이 이어지고는 있으나 전쟁 초기에 목표했던 수준의 전략적 성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를 비롯한 여러 군사 분석기관들은 러시아가 제한적인 전과를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군사적 우위보다는 국내 여론과 국제사회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NATO 회원국으로 군사적 긴장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은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계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정체불명의 드론 출현으로 공항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극권에서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주변의 러시아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NATO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NATO 회원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집단방위 원칙인 북대서양조약 제5조를 발동시켜 미국을 포함한 동맹 전체와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당한 병력과 자원을 소모한 러시아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장기전에 따른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7% 수준까지 증가했고,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전쟁 수행에 투입되고 있다. 국제 제재와 에너지 수출 감소, 노동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북한과 이란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은 러시아가 과거와 같은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NATO와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보다 이른바 '회색지대 전쟁(Grey Zone Warfare)'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회색지대 전쟁은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상대국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전략으로,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 선거 개입, 해저 통신망 교란, 에너지 공급을 활용한 경제적 압박, 드론 침투 등 군사와 비군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수년간 이러한 전략을 꾸준히 활용해 왔다.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신경작용제 사건, 유럽 해저 케이블 주변에서의 의심스러운 선박 활동, 서방 국가들의 선거 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NATO 역시 최근 이러한 비군사적 위협을 새로운 안보 과제로 규정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NATO 정상회의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럽 각국은 국방비 증액과 방위산업 확대를 추진하며 러시아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NATO의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ATO의 역할과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지만,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안보 협력은 쉽게 약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푸틴 대통령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전쟁을 단기간에 끝내기보다는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러시아는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선거에 따른 급격한 정책 변화의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서방 국가들은 정권 교체와 선거를 거치며 대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적 변수를 활용해 서방 내부의 피로감과 의견 차이를 기다리는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지속하면서 전선에서는 제한적인 공세를 이어가는 한편, 유럽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전과 정보전, 각종 비대칭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NATO와의 직접 충돌이라는 위험은 피하면서도 동맹 내부의 결속을 흔들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군사력과 경제력, 외교력, 정보전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국제 전략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선택할 다음 수는 전장의 승패뿐 아니라 향후 유럽 안보 질서와 국제정세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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