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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공공기관 이전 임박…지역 유치전 넘어 ‘국가균형발전’ 새 시험대

  • 이미선 기자
  • 입력 2026.08.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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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강원과 충북, 경남, 제주, 부산, 울산, 대전, 세종, 충남, 전북, 대구·경북 등 전국 각 지역이 전담 조직을 꾸리고 유치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이번 경쟁은 과거처럼 단순히 ‘우리 지역으로 기관을 가져오자’는 차원을 넘어섰다. 각 지자체는 지역의 주력 산업과 공공기관의 기능을 연결하고, 주거와 교육, 교통 등 정주 여건까지 패키지로 제시하며 이전 기관과 직원들의 선택을 끌어내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정부 역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2026년 국정과제 추진 자료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성장 거점 육성’이 포함돼 있으며,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친 뒤 대상 기관과 지역 산업 간 연계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방정부와 이전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 2026년 안에 이전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기관 하나”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과의 연결


전국적인 유치전이 본격화된 배경에는 지방소멸이라는 절박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청년과 일자리는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지방의 인구 감소는 다시 산업과 소비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청사 이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을 끌어들이며, 교육·주거·교통 등 지역의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경험은 이번 정책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왔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기관과 지역 산업의 연결이 충분하지 않았고, 이전 직원의 정착과 가족 단위 이주, 생활 인프라 확충 등의 과제가 남았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1차 이전 이후의 성과평가와 정책지원 연구가 진행됐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 이전이 ‘균형성장 거점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번 2차 이전의 핵심은 ‘어느 지역에 몇 개 기관을 배치할 것인가’라는 숫자 경쟁이 아니라, 어떤 기관이 어느 지역의 산업과 만나 새로운 성장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따지는 데 있어야 한다.


지역마다 달라진 유치 전략…산업 연계가 핵심


실제로 각 지자체의 전략은 점차 산업 연계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부산은 금융과 해양, 첨단산업·연구개발, 영화·영상 등 지역의 특화 기능을 중심으로 정책금융기관과 연구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 관련 정책자료에서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미래 금융도시 도약과 연결하고, 지역의 산업 기반과 정주 여건,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종합해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 역시 경쟁보다는 초광역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열린 공동 토론회에서는 AI·로봇·반도체 등 미래산업과 첨단 제조, 물류, 농업, 에너지 분야를 연계한 공공기관 유치 전략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특정 지역에 기관을 단순 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의 산업 기반과 성장 잠재력에 맞는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은 기후·에너지·환경 분야의 기관들을 기술 개발부터 평가, 실증, 인증, 보급까지 하나의 기능군으로 묶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전북은 자산운용·금융, 농생명·바이오, 미래 첨단산업과의 연계를, 제주도는 항공과 기후·에너지, 해양, 국제통상 등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유치 논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이번 2차 이전이 과거와 달리 ‘기관 분산형’에서 ‘산업 생태계 구축형’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정착하지 못하면 균형발전도 없다


다만 공공기관의 주소지만 지방으로 옮기는 방식으로는 기대했던 균형발전 효과를 얻기 어렵다.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한다면 지역 소비와 교육, 주거시장,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춘천과 제천, 경남, 제주 등 여러 지역이 이주·정착지원금과 주택자금 대출이자, 자녀 장학금과 교육 지원, 이사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도 2차 이전과 함께 혁신도시 등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부 자료는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일자리와 교통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이 국민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공공기관 이전의 성공 여부는 기관 건물의 이전 자체가 아니라, 직원과 가족이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좋은 일자리뿐 아니라 교육과 의료, 문화, 교통, 주택이 함께 갖춰져야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의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자체 간 경쟁, ‘제로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유치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지역 간 과열 경쟁이다. 공공기관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책과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경쟁이 지나치게 심화될 경우,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개별 지자체의 유치 성과가 우선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미 공공기관과 산업 기반이 상당 부분 집적된 지역에 기관이 다시 집중되거나, 정치적 영향력과 단기적인 유치 논리가 배치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면 또 다른 지역 간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전 대상 기관을 선정하는 과정뿐 아니라 최종 입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산업 연계성, 인구와 고용 효과, 기존 공공기관과의 기능적 시너지, 교통 접근성, 정주 여건, 지역소멸 대응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앵커 기관’ 하나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기관과 지원기관, 민간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기관을 전국에 고르게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별로 특화된 성장 거점을 만들고 이들 거점이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 집중 해소, 장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에 대한 단순한 지원정책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주택난과 교통 혼잡, 높은 생활비와 청년층의 경쟁 부담을 완화하고, 지방에는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기반을 만드는 국가 전체의 구조개혁 과제에 가깝다.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성장 거점 육성’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 기능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동시에 지역의 산업과 혁신도시 등을 지속 가능한 성장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의 치열한 유치전은 지방이 처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공공기관 하나가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관 유치 자체가 목표가 된다면 이전 이후의 성장과 정착이라는 더 중요한 과제를 놓칠 수 있다.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누가 더 많은 기관을 가져가느냐를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 공간 구조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역의 특성과 산업을 고려한 전략적 배치, 이전 직원과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정주 환경, 지역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생태계가 동시에 갖춰질 때 비로소 공공기관 이전은 ‘기관의 지방 이전’을 넘어 실질적인 국가균형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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