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미국인 로켓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이 약 80년 전 구상한 화성 탐사 이야기 속에 ‘Elon’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일론 머스크가 화성 탐사와 인류의 다행성 문명 건설을 자신의 핵심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우연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AI·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과학·기술 관련 콘텐츠를 공유하는 마크 크레츠만(Mark Kretschmann)은 24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일론 머스크가 거의 80년 전 베르너 폰 브라운의 책에서 이상할 정도로 ‘예견’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고 소개했다.
그가 함께 공개한 책의 한 페이지에는 화성 사회의 통치 체계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화성 정부는 10명의 지도자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수장은 보통선거를 통해 5년 임기로 선출되고 ‘Elon’이라는 칭호를 갖는다. 법률은 양원 의회가 제정하고, ‘Elon’과 내각이 이를 집행하는 구조로 묘사된다.
실제로 이 대목은 폰 브라운이 전후 시기에 집필한 화성 관련 원고인 Project Mars: A Technical Tale에 등장한다. 다만 이 이야기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1953년 출간된 기술서 The Mars Project 자체에 처음 실린 내용이라기보다, 폰 브라운이 1947~1948년 무렵 작성한 미발표 소설 원고에서 비롯됐다. NASA의 우주사 자료에 따르면 폰 브라운은 1947년과 1948년 사이 화성 탐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했으며, 이 원고의 기술적·수학적 부분은 이후 별도로 정리돼 1952년 독일에서 Das Marsprojekt로, 1953년에는 영어판 The Mars Project로 출간됐다.
이후 미발표 상태였던 서사적 원고는 훗날 Project Mars: A Technical Tale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여기에는 화성 문명의 정치 체계까지 포함한 보다 구체적인 미래상이 담겼다. 문제의 ‘Elon’이라는 표현 역시 이 작품의 화성 사회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확인된다. “화성 정부는 10명의 남성에 의해 운영됐으며, 그 지도자는 5년 임기로 보통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Elon’이라는 칭호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폰 브라운이 ‘Elon’을 특정 인물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화성 정부 수장의 직함 또는 칭호로 설정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폰 브라운이 미래의 일론 머스크를 예언했다”는 식의 해석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Elon’은 작품 속에서 대통령이나 국가원수와 유사한 지위를 뜻하는 호칭으로 사용됐으며, 일론 머스크라는 특정 인물을 묘사하거나 그의 출현을 예측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오래된 설정이 다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오늘날 일론 머스크와 화성 탐사의 관계 때문이다. 머스크가 이끄는 SpaceX는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드는 것을 장기 목표로 내세우고 있으며, 스타십(Starship)을 통해 사람과 화물을 달과 화성, 그 너머까지 운송하는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SpaceX는 장기적으로 화성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세기 중반 폰 브라운이 상상한 화성 사회의 지도자 칭호 ‘Elon’과, 21세기 들어 실제로 화성 이주와 정착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이름이 겹친다는 점은 독특한 시대적 우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폰 브라운의 화성 구상 자체는 단순한 공상에서 출발한 것만은 아니었다. NASA 자료에 따르면 그는 1940년대 후반부터 유인 화성 탐사의 기술적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했고, 대규모 우주선 편대와 지구 궤도에서의 조립, 장기간의 행성 간 항해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그의 초기 화성 탐사 연구는 훗날 미국의 우주개발 계획과 대중의 우주 탐사 인식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번 X 게시물이 다시 불러낸 이야기는 ‘예언’이라기보다 과거의 과학적 상상력과 오늘날의 우주개발 현실이 예상치 못한 이름 하나를 통해 교차한 사례에 가깝다. 폰 브라운이 1940년대 상상했던 화성 문명의 지도자 ‘Elon’은 허구 속 직함이었지만, 수십 년이 흐른 뒤 같은 이름을 가진 기업가가 실제 화성 이주를 목표로 대형 우주선 개발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역사적 우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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