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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선국암' 바위에 새긴 바둑판에서, 전국 대회 축제로 승화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11.0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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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28~29일 괴산문화체육센터서 전국어울림 바둑한마당
  • 어린이 최강부는 호선, 괴산·증평 방과후 꿈망울부는 치수제
  • 선국암서 김인과 마주 앉았던 유창혁 9단 초청… 한지·탁본 체험도
바둑마치 신선들이 내려와 있는듯, 도끼자루 썪을 줄 모르고, 세월을 잃어버림, 2015년 김인 국수와 유창혁 왕위의 역사적인 선국암 기념대국.jpg
마치 신선들이 내려와 도끼 자루 썪은 줄 모르고.., 김인 국수와 유창혁 왕위의 역사적인 선국암 기념 대국. 청산 정순오 제공

 

충북 괴산 갈은구곡의 너럭바위에 김인과 유창혁, 두 프로 9단이 마주 앉았다. 한지로 만든 한복을 입은 두 기사가 돌을 내려놓은 곳은 바위에 새긴 바둑판이었다. 곁에서는 대금을 불고 차를 내렸다. 쉰 수 가까이 이어진 이 기념대국은 갈은구곡의 마지막 굽이인 선국암(仙局巖)을 무대로 삼은 첫 바둑한마당의 한 장면이었다. 11년이 지난 올해, 그 바위의 이름을 건 대회에 전국의 어린이 기사와 성인 동호인들이 모인다.

‘2026 괴산선국암 전국어울림 바둑한마당’이 11월 28일과 29일 괴산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다. 괴산군체육회가 주최하고 괴산군바둑협회가 주관한다. 괴산군과 충청북도가 후원하며 대한바둑협회와 한국기원, 조치훈후원회, 바둑TV, 바둑일보, 선국암후원회가 협력한다. 개회식은 28일 오전 9시 30분이다. 주최 측은 선수와 학부모, 대회 관계자 등 800여 명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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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국암’ 바둑판 탁본 사노동경(四老同庚)이 새겨져 있다. 청산 정순오 제공

 

바둑돌을 담는 홈 두 곳, 네 귀퉁이에 새긴 ‘사노동경’


玉女峰頭日欲斜(옥녀봉두일욕사) 

殘棋未了各歸家(잔기미료각귀가) 

明朝有意重來見(명조유의중래견)

黑白都爲石上花(흑백도위석상화) 

 

옥녀봉 산마루에 해가 기울어

바둑을 끝내지 못하고 각기 집으로 돌아가네.

다음날 아침 생각나 다시 와보니

바둑알 알알이 돌 위에 꽃이 되었네.


괴산군 칠성면 갈론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면 갈은구곡의 제9곡인 선국암에 닿는다. 평평한 바위에는 바둑판의 격자와 흑백 돌을 담아두는 홈 두 곳이 남아 있다. 바둑판 네 귀퉁이에는 ‘사노동경(四老同庚)’이라고 써있는데, “네 분의 동갑네기 노인들이 바둑이라도 즐겼다”는 뜻일까, 한참이나 발길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바위에 새긴 한시에는 옥녀봉에 해가 기울어 한 판을 끝내지 못한 이들이 이튿날 돌아와 보니 돌 위에 흰 꽃과 검은 꽃이 피어 있었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누가 언제 그 자리에 앉았는지는 전승과 연구의 영역이지만, 바위에는 한 판을 둘 수 있도록 만든 자리와 그 놀이를 시로 남긴 흔적이 함께 있다.


박주성·노재현·심우경 연구진은 2011년 학술지 《문화재》에 발표한 논문에서 돌바둑판 18곳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15곳은 옮길 수 있는 돌판이 아니라 자연 암반에 직접 새긴 바둑판이었다. 연구진은 선국암과 단양 신선봉, 무주 사선암 등을 들어 바둑판이 놓인 자리와 신선을 떠올리게 하는 지명이 긴밀히 맞물린다고 봤다. 계곡과 바위, 글씨와 바둑판을 함께 살펴야 선국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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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회 전경. 청산 정순오 제공

 

괴산·증평 동호인의 교류전에서 방과후 어린이 대국으로


선국암에서 괴산과 증평의 바둑인들이 만난 기록은 첫 바둑 한마당에 앞선 2015년 5월에도 있다. 당시 두 지역 바둑협회 회원 40명이 선국암에서 두 조로 나뉘어 친선대국을 뒀다. 그해 가을에는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기간에 맞춰 선국암 기념대국과 괴산읍 동호인·학생 대회가 열렸다. 

2021년에는 괴산의 문화공간 ‘징검돌’ 야외 마당에서 제4회 선국암 어린이바둑대회가 열려 충북 어린이 50여 명이 참가했다. 대한바둑협회 일정에는 지난해 10월 3일 괴산 홍범식 고택에서 열린 제8회 선국암 어울림 바둑한마당도 올라 있다.

올해 대회에서 괴산과 증평이 함께 이름을 올린 부문은 방과후 바둑을 배운 어린이 50명을 위한 ‘꿈망울부’다. 기력 차이에 따라 대국 조건을 조정하는 치수제로 치른다. 동호인들이 교류전을 벌였던 두 지역이 이번에는 어린이들에게 대회에 나설 자리를 함께 마련했다. 초등학교 각 학년부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별 32명, 모두 192명이 참가할 수 있도록 자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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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손자도 한 테이블에서. 청산 정순오 제공

 

최강부 4인 조별리그 뒤 토너먼트… 성인부는 4인 단체전


전국·충청 어린이 최강부는 각각 32명 규모다. 접바둑 없이 두는 호선으로, 추첨을 통해 4명씩 한 조를 편성한다. 예선에서 같은 조의 세 상대와 대국한 뒤 조별 상위 2명이 16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대국 시간은 각자 10분에 30초 초읽기 3회다. 첫날 각 부문 8강 진출자를 가린다. 요강에 따르면 전국 최강부 우승 상금은 100만 원, 충청 최강부는 60만 원이며 두 부문 모두 16위까지 상금을 지급한다.

성인부는 전국과 충청 동호인 단체전으로 나뉜다. 한 팀은 4명이며 부문별 16팀 규모다. 치수제를 적용하고 참가 규모에 따라 성적이 비슷한 팀끼리 맞붙는 스위스리그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 판을 지더라도 다음 라운드에서 다른 팀과 대국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요강상 우승 상금은 전국부 80만 원, 충청부 6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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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에게 기념품 제공. 청산 정순오 제공

 

유창혁의 귀환… 한지와 탁본, 우승자에게 건네는 붓


김인 9단과 선국암에서 마주 앉았던 유창혁 9단은 올해 팬 사인회로 다시 괴산을 찾는다. 유 9단은 후지쯔배와 응씨배, 삼성화재배, 춘란배, LG배에서 우승했다. 행사장에서는 명사 기념대국과 프로기사 초청 다면기도 열린다. 다면기는 프로기사 한 명이 여러 판을 오가며 참가자들과 동시에 두는 방식으로, 선착순 1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퓨전국악그룹 ‘나비야’가 공연한다.

선국암의 이름은 경기장 밖 프로그램에도 남는다. 참가자와 방문객은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보유자 안치용과 함께 전통 한지를 체험하고, 선국암 탁본 인출 프로그램에서 바위에 새겨진 글씨와 무늬를 종이에 옮기는 방식을 접할 수 있다. 

전국·충청 어린이 최강부와 괴산·증평 꿈망울부 우승자에게는 충북 무형유산 필장 보유자인 유필무 장인이 만든 붓을 준다. 첫 대회에서 한지는 두 기사의 옷이었고, 올해는 참가자가 직접 다뤄보는 재료가 된다.

대회를 주최하는 괴산바둑협회 청산(靑山) 정순오 전무는 “선국암이 가진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전국에 알리는 동시에 바둑을 통해 세대를 잇고 지역을 연결하는 축제로 만들고자 한다며, 승패를 넘어 바둑과 문화예술, 전통이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전국 규모의 문화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국암에 새긴 한시에는 한 판이 끝내 맺어지지 않는다. 올해 괴산에서는 그 바위를 기억하는 동호인들과 방과후 교실에서 바둑을 배운 아이들이 저마다 새 판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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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표. 청산 정순오 제공

 

참가 안내


• 접수: 11월 9~24일, 신청 서류를 이메일 

• 신청방법: 이메일 서류접수 chalin1355@naver.com으로 제출

• 참가비: 성인부 팀당 10만 원(도시락 제공), 어린이 최강부(전국, 충청) 1인당 3만 원(도시락 제공), 

     그 외 어린이부 1인당 1만 원(피자, 음료수 제공)

• 참가 기념품: 참가자 전원에게 제공(명찰과 교환)

• 송금처: 농협/225038-52-003720/정순오

 문의: 010-262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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