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1년 기자의 질문에 답한 아인슈타인의 설명, 필리프 프랑크 전기에 기록
- 뉴턴의 ‘절대적 공간과 시간’에서 벗어나 물질·운동과 시공간의 관계 바라본 상대성이론
“상대성이론의 내용을 몇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100여 년 전 한 기자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에게 던진 질문이다. 복잡한 수식 없이 상대성이론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아인슈타인은 ‘물질이 모두 사라진 세계’를 가정하는 방식으로 답했다.
과학사와 물리학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피직스 인 히스토리(Physics In History)’는 8월 30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이 일화를 소개했다.
게시물에 따르면 기자가 “상대성이론의 내용을 몇 문장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아인슈타인은 “내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며 답을 시작했다.
그는 상대성이론 이전에는 세상의 모든 물질이 사라지더라도 텅 빈 세계에 공간과 시간이 계속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성이론에서는 물질과 그 운동이 사라진다면 공간과 시간 역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아인슈타인의 동료이자 물리학자·철학자였던 필리프 프랑크(Philipp Frank)가 쓴 전기 ‘아인슈타인, 그의 삶과 시대(Einstein, His Life and Times)’ 1947년 초판에 실린 내용이다. 해당 기록에서는 아인슈타인이 1921년 미국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설명을 이해하려면 그 이전까지 물리학에서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전적인 뉴턴 역학에서는 공간과 시간을 물질이나 관찰자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절대적인 배경으로 바라봤다. 우주의 물질이 모두 사라진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물질이 존재했던 ‘빈 공간’과 흐르는 ‘시간’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러한 관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측정이 관찰자의 운동 상태와 관계된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을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단순한 힘이 아니라 질량과 에너지에 의해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가 달라지는 현상으로 설명했다.
다만 X에 소개된 아인슈타인의 발언을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질이 하나도 없으면 시공간은 반드시 존재할 수 없다’는 엄밀한 물리학 명제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답변의 첫머리에 “내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기자에게 상대성이론의 핵심적인 변화를 짧게 전달하기 위해 상당히 단순화한 설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대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물질이 없는 진공 상태에서도 시공간을 기술하는 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발언을 문자 그대로 현대 물리학의 정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 짧은 답변은 상대성이론이 당시의 공간과 시간에 대한 사고방식을 얼마나 크게 바꿨는지를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서로 다른 운동 상태에 있는 관찰자에게 시간과 공간의 측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어 1915년 완성한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물질과 에너지, 시공간의 구조가 서로 관계를 맺는 새로운 중력이론을 내놓았다.
이는 공간과 시간을 우주의 사건들이 펼쳐지는 고정된 무대로만 바라보던 관점에서 벗어나게 했다. 물질과 에너지는 시공간의 구조에 영향을 주고, 그 구조는 다시 물질의 운동과 관계를 맺는다.
1921년 기자와 나눈 짧은 대화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잡한 상대성이론 전체를 몇 문장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이 물질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절대적인 배경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시 물리학의 변화를 하나의 사고실험을 통해 전달하려 했다.
피직스 인 히스토리가 다시 소개한 이 문답은 상대성이론의 공식이나 계산법보다는 그 이론이 가져온 사고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공간과 시간조차 무엇과도 관계없이 존재하는 고정된 무대가 아니라는 질문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 물리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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