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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섬에 남은 7000개의 돌탑… 사르데냐가 품은 고대 문명의 흔적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8.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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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사르데냐 전역에 ‘누라게’ 7000여 개, ‘거인의 무덤’도 800기 이상
  •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쌓아 올린 독특한 거석문화, 주거·공동체·장례문화의 흔적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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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르데냐 청동기 문명을 대표하는 ‘누라게(Nuraghe)’ [사진=Megalithic Mysteries X]

 

지중해 한가운데 자리한 이탈리아 사르데냐(Sardinia)섬에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돌을 쌓아 만든 거대한 탑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멀리서 보면 작은 요새처럼 보이는 이 석조 건축물은 사르데냐 청동기 문명을 대표하는 ‘누라게(Nuraghe)’다.


고대 거석문화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메갈리틱 미스터리스(Megalithic Mysteries)’는 8월 30일 오후 4시 X 계정을 통해 사르데냐의 거석 유적을 소개했다. 게시물은 “사르데냐에는 약 7000개의 탑과 800개의 거석 무덤이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실제 발굴이 이뤄진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사르데냐에 이처럼 많은 거석 유적이 남아 있다는 것은 유네스코(UNESCO)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섬에는 7000개가 넘는 누라게와 800개 이상의 ‘거인의 무덤(Tombs of Giants)’을 포함해 최소 1만2000개의 선사·원사시대 기념 건축물이 분포한다. 약 2500개의 취락과 150개가 넘는 우물과 신전 등도 확인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유적이 누라게다. 거대한 돌을 원형으로 쌓아 올린 탑 형태로, 사르데냐에서 독특하게 발달했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기원전 2천년기 청동기시대로, 특히 중·후기 청동기시대에 널리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축 방식도 눈길을 끈다. 큰 돌을 층층이 쌓으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안쪽으로 좁혀 내부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다. 하나의 탑으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누라게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개의 탑과 성벽, 주거 공간이 연결돼 하나의 복합 시설을 이룬 경우도 있다. 일부 중심탑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높이가 20m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라게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방어시설이나 거주 공간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나 사회적·의례적 기능을 담당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크기와 구조가 다른 만큼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누라게 유적은 사르데냐 중남부 바루미니(Barumini)의 ‘수 누락시 디 바루미니(Su Nuraxi di Barumini)’다. 중앙탑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탑과 성벽이 이어지고 주변에는 주거지가 형성돼 있어 당시 공동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1997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누라게와 함께 사르데냐의 고대문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독특한 유적이 ‘거인의 무덤’이다.


이름 때문에 거대한 사람의 유골이 발견된 장소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청동기시대 누라기 공동체가 사용한 집단 무덤이다. 여러 사람의 유해를 하나의 공간에 함께 안치했으며, 긴 매장 공간 앞에 반원 형태로 돌을 배치한 독특한 구조를 보인다.


일부 무덤은 길이가 30m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사르데냐 관광 당국은 섬 전역에 약 800기의 거인의 무덤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산 코시모(San Cosimo)의 거인의 무덤은 전체 길이가 약 30m, 전면부 폭은 약 26m에 이른다.


이러한 무덤은 당시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공동체와 조상을 어떤 관계로 인식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개인 한 사람을 위한 무덤이 아니라 여러 구성원을 함께 매장했다는 점에서 당시 공동체 중심의 장례문화를 엿볼 수 있다.


사르데냐에는 누라게보다 훨씬 앞선 시대의 흔적도 남아 있다. 바위를 파내 만든 지하무덤 ‘도무스 데 야나스(Domus de Janas)’가 대표적이다. ‘요정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 무덤들은 주로 기원전 5천년기부터 3천년기 사이 조성됐으며, 섬 곳곳에서 약 3500개의 매장 공간이 확인됐다.


도무스 데 야나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사르데냐의 선사시대 장례문화와 신앙을 보여준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관련 유적군이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다만 메갈리틱 미스터리스가 게시물에서 언급한 ‘누라게와 거석 무덤 가운데 발굴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설명은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7000개 이상의 누라게와 800개가 넘는 거인의 무덤이 존재한다는 수치는 유네스코 등 공식 자료에서도 확인되지만, 전체 가운데 정확히 몇 곳이 학술적으로 발굴됐는지를 보여주는 통일된 공식 통계는 확인하기 어렵다.


사르데냐의 거석문화가 특별한 것은 단순히 유적의 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약 2만4000㎢의 섬에 누라게와 무덤, 취락, 우물과 신전 등 다양한 형태의 선사·원사시대 유적이 밀집해 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이 섬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집을 짓고 공동체를 이루며 죽음을 기억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특히 문자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누라기 문명을 이해하는 데 이러한 석조 건축물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기록 대신 돌로 남겨진 건축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기술과 생활 방식, 사회구조를 하나씩 복원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메갈리틱 미스터리스가 다시 소개한 사르데냐의 풍경은 수천 년 전 만들어진 건축물이 오늘날까지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7000개가 넘는 돌탑과 수백 기의 거석 무덤은 사르데냐가 오랜 세월 품어온 고대 문명의 거대한 기록으로 지금도 섬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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