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 강연에서 인간과 기계의 지능 차이 언급
- “인간보다 지능적인가를 묻기 전에 ‘지능’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가’,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질문에 약 40년 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내놓은 답변이 온라인에서 다시 공유됐다.
수학·과학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X 계정 ‘Math Files’는 1일 오후 10시 39분 파인만의 사진과 함께 1985년 9월 26일 강연에서 나온 인공지능 관련 문답을 소개했다.
당시 청중은 파인만에게 인간처럼 생각하면서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기계가 등장할 수 있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파인만은 이 질문을 두 가지로 나눠 답했다. 먼저 기계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반면 기계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일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우선 무엇을 ‘지능’이라고 부를 것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시 강연의 문답 기록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발언이 확인된다.
파인만이 주목한 것은 인간과 기계가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는 비행기를 예로 들었다. 비행기는 새처럼 날지만 새와 같은 방식으로 날개를 움직이지 않는다. 빠르게 이동하는 기계를 만들 때도 치타의 다리를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바퀴와 같은 다른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컴퓨터도 인간의 뇌와 똑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특정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산술 계산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인간이 계산하는 방식과 컴퓨터의 처리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컴퓨터는 이미 당시에도 많은 계산을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인간과 동일하게 사고하는 것과 특정 능력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파인만의 관점이었다.
체스 역시 사례로 언급됐다. 파인만은 당시 컴퓨터가 이미 대부분의 사람보다 체스를 잘 둘 수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인간보다 뛰어난 체스 기계가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한다는 사실만으로 기계가 인간 전체보다 ‘더 지능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문제로 봤다.
1985년 당시 컴퓨터가 인간보다 어려움을 겪는 분야도 분명했다. 파인만은 얼굴이나 지문처럼 조건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이미지를 빠르게 알아보는 인간의 패턴 인식 능력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컴퓨터는 대량의 계산과 정보 처리에는 강했지만 인간이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복잡한 패턴 인식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이 부분은 40여 년이 지난 현재 상당히 달라졌다. 머신러닝과 인공신경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지와 얼굴 인식, 자연어 처리 등 과거 컴퓨터가 어려움을 겪었던 분야에서도 AI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다만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가’,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능력을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해 어느 쪽이 더 ‘지능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논의가 이어지는 문제다.
파인만은 1965년 줄리언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와 함께 양자전기역학(QED) 연구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론물리학자다. 컴퓨터와 계산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1980년대에는 미래의 컴퓨팅 기술과 계산 방식에 관한 강연과 연구를 이어갔다. 같은 해 8월 일본에서 진행한 강연에서도 그는 미래 컴퓨터를 설명하면서 인공지능 연구를 직접 언급했다.
약 40년 전 파인만의 발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AI가 인간을 넘어설 것인지를 단순히 예측하기보다 ‘무엇을 지능이라고 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제기했다는 점이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AI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논의할 때 남아 있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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