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게일 분화구 착륙 이후 14년간 임무 수행
- 샤프산 오르며 암석과 지층 분석 통해 화성의 물과 과거 환경 변화 추적
화성에 도착한 지 1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에서 5000번째 하루를 넘어섰다. 당초 계획했던 임무 기간을 훌쩍 넘겼지만 큐리오시티는 지금도 화성 표면을 이동하며 암석과 지층을 조사하고 있다.
NASA Mars는 2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서 5000 화성일 이상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화성에서의 하루는 ‘솔(sol)’이라고 부르며, 1솔은 약 24시간 39분으로 지구의 하루보다 약 40분 길다.
큐리오시티가 5000번째 솔을 맞은 것은 지난 8월 30일이다. NASA가 공개한 관측 자료를 보면 이날도 큐리오시티는 내비게이션 카메라와 화성 손렌즈 촬영기(MAHLI) 등을 이용해 주변 환경을 관측했다.
5000솔이라는 기록을 세운 날에도 탐사는 평소처럼 계속됐다. NASA Mars는 “큐리오시티와 연구팀은 이 순간을 어떻게 기념했을까. 물론 일을 하면서였다”고 소개했다. 함께 공개한 사진에는 화성의 모래 지형을 지나온 큐리오시티의 선명한 바퀴 자국과 로버의 일부가 담겼다.
큐리오시티의 화성 탐사는 2012년 시작됐다. 2011년 11월 26일 지구를 떠난 뒤 이듬해 8월 6일 화성의 게일 분화구(Gale Crater)에 착륙했다. NASA의 화성과학연구소(Mars Science Laboratory)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큐리오시티의 당초 주요 임무 기간은 화성의 1년, 지구 시간으로 약 687일이었다.
하지만 큐리오시티는 계획된 기간을 넘어 14년째 탐사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임무는 화성에 과거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존재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암석과 토양의 성분을 분석하고 대기를 관측하는 한편, 과거 물이 존재했던 흔적과 유기물 등을 조사해 왔다.
지금까지의 탐사를 통해 과거 화성 일부 지역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고, 미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화학적 조건을 갖춘 환경이 있었다는 증거도 확인됐다. 큐리오시티가 생명체 자체를 찾는 탐사선은 아니지만, 화성이 과거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왔다.
현재 큐리오시티가 탐사하고 있는 곳은 게일 분화구 중앙에 자리한 약 5㎞ 높이의 샤프산(Mount Sharp) 일대다. 산을 이루는 지층은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돼 있어 고도에 따라 암석과 광물의 변화를 살펴보면 화성의 환경이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샤프산을 오르며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NASA에 따르면 큐리오시티는 지난달 26일 착륙 지점에서부터 계산한 누적 고도 상승 1㎞를 넘어섰다. 2014년부터 샤프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이후 12년 만이다.
새로운 지질 구조도 계속 발견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발레 그란데(Valle Grande)’ 지역에서 벌집처럼 이어진 다각형 균열 지형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가 과거 지표의 건조 과정이나 온도 변화, 퇴적물 압축 또는 수분 손실 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오랜 탐사 기간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도 있었다. 지난 4월 암석을 시추하던 중 약 13㎏의 암석이 드릴에 걸려 함께 들어 올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로봇팔의 위치를 바꾸고 드릴을 회전시키거나 진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해 암석을 분리한 뒤 탐사를 이어갔다.
큐리오시티가 14년 동안 축적한 관측 자료는 한 지역의 환경 변화를 장기간 추적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게일 분화구와 샤프산의 여러 지층을 차례로 조사하면서 과거 물이 존재했던 화성이 오늘날의 춥고 건조한 환경으로 변해간 과정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5000번째 화성일도 큐리오시티에게는 또 하나의 탐사일이었다. 2012년 시작된 임무는 어느덧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큐리오시티는 지금도 샤프산을 이동하며 암석과 지층에 남아 있는 화성의 과거를 하나씩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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