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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0년 전 알프스에서 숨진 남성…얼음이 간직한 ‘외치’의 마지막 순간

  • 이미선 기자
  • 입력 2026.09.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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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1년 등산객들이 발견한 유럽 최고(最古) 자연 미라, 구리도끼·활·의복 등 함께 발견
  • 몸에 61개 문신, 왼쪽 어깨에는 화살촉, 수십 년 연구에도 공격자와 죽음의 경위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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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00여 년 전 알프스의 높은 산에서 한 남성의 시신 모습 [사진=Michael Button X]

 

5300여 년 전 알프스의 높은 산에서 한 남성이 숨졌다. 그의 몸은 눈과 얼음 속에 묻혔고,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1991년 우연히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아이스맨 외치(Ötzi the Iceman)’로 알려진 유럽의 대표적인 자연 미라이다.


고대 역사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마이클 버튼(Michael Button)은 3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외치가 발견된 과정과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소개했다. 그는 외치에 대해 많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누가 그를 죽이려 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며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짚었다.


외치는 1991년 9월 19일 독일인 등산객 에리카 시몬(Erika Simon)과 헬무트 시몬(Helmut Simon)에 의해 발견됐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에 가까운 외츠탈 알프스(Ötztal Alps)를 걷던 두 사람은 얼음 밖으로 드러난 시신을 발견했고, 처음에는 산에서 사고를 당한 등산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들이 예상 밖의 사실을 알려줬다. 구리날이 달린 도끼를 비롯해 활과 화살, 화살통, 부싯돌 단검과 의복 등 오래된 유물이 함께 나오면서 고고학적 조사가 시작됐다.


이탈리아 볼차노의 사우스티롤 고고학박물관(South Tyrol Museum of Archaeology)에 따르면 외치는 약 5300년 전인 동기시대(Copper Age)에 살았던 인물이다. 얼음 속에서 자연적으로 보존된 미라 가운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사망 당시 나이는 약 45세, 키는 약 160㎝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외치가 지니고 있던 물건들은 5000여 년 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그중에서도 구리도끼는 특히 주목받았다. 당시 구리가 귀중한 재료였다는 점에서 외치가 속했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인물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그의 몸에도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외치의 몸에서 선과 십자가 형태 등 모두 61개의 문신을 확인했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문신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마지막 식사에 대한 단서도 발견됐다. 위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야생 염소류와 사슴의 고기, 밀을 비롯한 식물성 음식 등이 확인됐다. 외치가 숨지기 전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되면서 당시 알프스 지역 사람들의 식생활을 연구하는 자료가 됐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외치가 어떻게 죽었느냐는 문제였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는 부싯돌로 만든 화살촉이 발견됐다. 화살에 맞은 흔적이 확인되면서 외치가 단순히 산에서 조난을 당해 숨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랫동안 화살이 왼쪽 어깨 부근의 주요 혈관을 손상시켜 심한 출혈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유력하게 제시돼 왔다. 다만 외치가 화살을 맞은 뒤 정확히 얼마나 생존했는지, 다른 부상이 죽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화살을 맞은 뒤에도 일정 시간 살아 있었을 가능성을 검토하는 분석도 나왔다.


때문에 ‘누군가 뒤에서 외치를 쐈다’는 이야기도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외치가 화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신체에 남은 흔적을 통해 확인됐지만, 화살을 쏜 사람의 위치나 공격 당시 상황까지 정확하게 재구성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5300년 전 외치를 공격한 사람이 누구였고, 왜 그를 공격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개인적인 갈등이었는지, 당시 집단 사이의 충돌과 관련됐는지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를 확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외치에 대한 연구는 발견 이후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고고학뿐 아니라 의학과 유전학, 미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더해지면서 그의 신체적 특징과 건강 상태, 식생활, 유전적 배경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외치의 미라와 함께 발견된 유물들은 현재 이탈리아 볼차노의 사우스티롤 고고학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미라는 장기간 보존을 위해 특별히 조절된 저온 환경에서 관리되고 있다.


알프스의 얼음은 한 사람의 몸과 그가 지녔던 물건들을 5000년 넘게 간직했다. 덕분에 현대의 연구자들은 외치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몸에 어떤 문신을 새겼는지, 마지막 순간 어떤 부상을 입었는지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가장 궁금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가 외치에게 화살을 쏘았고, 5300년 전 알프스의 높은 산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많은 과학적 분석으로 외치의 삶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을 둘러싼 이야기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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