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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숨겨진 거대한 신경망…100년 전 의대생들이 남긴 ‘인간 신경계’의 기록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9.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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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와 척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신경이 가지처럼 뻗어나간 모습 [사진=ScienceInFocus X]

 

인간의 몸속에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는 거대한 신경망이 자리하고 있다. 뇌에서 시작해 척수를 지나 온몸으로 뻗어 나가는 수많은 신경은 우리가 생각하고 움직이며 감각을 느끼는 모든 순간에 관여한다. 평소에는 피부와 근육 등에 가려져 있지만, 한 점의 해부 표본은 그 복잡한 구조를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보여준다.


ScienceInFocus는 5일 오후 7시 30분 X를 통해 한 장의 특별한 해부 표본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에는 뇌와 척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신경이 가지처럼 뻗어나간 모습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형처럼 보이지만, 실제 인간의 신경계를 해부해 보존한 역사적 표본이다.


이 표본은 미국 미주리주 커크스빌에 있는 A.T. Still University의 정골의학박물관(Museum of Osteopathic Medicine)에 소장돼 있다. 대학 기록에 따르면 M.A. Schalck와 L.P. Ramsdell이라는 두 의대생이 1925~1926년 인체의 신경계를 해부해 제작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작업에 투입된 시간이다. 두 학생은 신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변 조직을 매우 조심스럽게 제거하면서 약 1,500시간에 걸쳐 표본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0년 전의 해부 기술과 환경을 생각하면 상당한 인내와 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완성된 표본에서는 뇌와 척수는 물론 척수에서 갈라져 나온 수많은 말초신경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신경들은 마치 거대한 나무의 가지처럼 온몸으로 퍼져 있으며, 인간의 신경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A.T. Still University의 자료에 따르면 이 표본은 목재에 고정해 보존했으며, 표본 곳곳에는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기 위한 작은 종이 라벨도 부착돼 있다. 크기는 약 가로 121㎝, 세로 183㎝에 달한다. 단순한 교육용 자료를 넘어 20세기 초 해부학 교육과 의학 연구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적 자료인 셈이다.


신경계는 인간의 생명 활동에서 사실상 모든 순간에 관여한다. 손을 움직이는 것부터 뜨거운 물체에 닿았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떼는 행동, 피부를 통해 온도와 통증을 느끼는 과정, 심장과 여러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는 과정에도 신경계가 관여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이러한 신경망의 존재를 직접 의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피부와 근육, 지방과 결합조직 아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표본은 보이지 않던 신경계를 실제 구조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


표본을 제작한 두 학생의 기록도 흥미롭다. 대학 자료에서는 Schalck와 Ramsdell이 당시 졸업을 앞둔 의대생으로서 인체 전체의 신경계를 가능한 한 하나의 연속된 구조로 보존하기 위해 해부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그들의 작업은 오늘날에도 박물관의 대표적인 소장품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이 표본은 과거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18년에는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다시 한번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당시 A.T. Still University 역시 이 표본을 매우 희귀한 완전 신경계 해부 자료로 소개했다.


이번 ScienceInFocus의 게시물 역시 단순히 신기한 해부 사진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작동하는 신경계가 실제 인체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현대에는 CT와 MRI, 3차원 영상 기술 등을 이용해 인체 내부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지만, 실제 조직을 직접 해부해 신경의 연결을 하나씩 보존한 이 표본이 주는 느낌은 다르다.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신경의 실제 분포와 연결 관계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 두 의대생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남긴 이 표본은 오늘날에도 인간의 몸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피부 아래에는 수많은 신경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으며, 그 네트워크가 우리의 생각과 움직임, 감각과 생명 활동을 끊임없이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이 오래된 해부 표본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인체의 구조가 아니다. 우리가 매 순간 당연하게 누리는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는 능력’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생물학적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인간 신경계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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