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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와 찰리 채플린의 특별한 만남… 손끝으로 서로를 알아가다

  • 윤재훈 기자
  • 입력 2026.09.0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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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chaeo Histories, 1918~1919년 할리우드에서 만난 두 사람의 기록 조명
  • 켈러는 얼굴과 옷 만져 채플린의 모습 그리고, 채플린은 켈러에게 촉각식 지문자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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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켈러(Helen Keller)의 손이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얼굴에 닿아 있다. [사진=Archaeo Histories X]

 

헬렌 켈러(Helen Keller)의 손이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얼굴에 닿아 있다. 켈러는 손끝으로 얼굴의 윤곽을 따라가며 자신이 영화 속에서 알고 있던 채플린의 모습을 알아갔다. 시각과 청각에 장애가 있었던 켈러에게 촉각은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소통 방식이었다.


역사·고고학 전문 X 계정 ‘Archaeo Histories’는 7일 오후 4시 17분 게시물을 통해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켈러와 세계적인 무성영화 배우이자 감독 채플린이 할리우드에서 만났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00여 년 전 채플린의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찰리 채플린 아카이브에는 켈러가 영화 ‘서니사이드(Sunnyside)’ 촬영장을 방문해 채플린과 함께한 여러 장의 사진이 남아 있다. 켈러의 스승이자 오랜 동반자였던 앤 설리번(Anne Sullivan)이 함께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만남의 시점은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찰리 채플린 아카이브는 관련 사진을 1919년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미국시각장애인재단(American Foundation for the Blind·AFB)은 켈러와 설리번이 할리우드를 방문한 시기와 채플린을 만난 사진을 1918년으로 기록한다. 두 사람이 만난 시기는 1918~1919년 무렵으로 보는 것이 보다 신중하다.


당시 켈러가 할리우드를 찾은 것은 자신의 삶을 다룬 무성영화 ‘딜리버런스(Deliverance)’ 제작과 관련이 있었다. AFB 기록에 따르면 켈러와 설리번은 영화 제작을 위해 1918년 할리우드로 향했고 두 사람 모두 작품에 직접 출연했다. 영화는 1919년 공개됐다.


이 시기 채플린 역시 이미 세계적인 스타였다. 켈러는 그를 만나자 얼굴을 비롯해 옷과 신발 등을 손으로 만져보며 채플린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갔다. Archaeo Histories는 켈러가 채플린의 상징처럼 알려진 콧수염까지 손으로 확인하며 자신이 알고 있던 영화배우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갔다고 전했다.


손끝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켈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설리번은 켈러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알파벳을 표현하는 지문자를 사용해 언어를 가르쳤다. 켈러는 이를 통해 단어와 사물을 연결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를 주고받는 방법을 익혔다.


채플린은 켈러와 설리번을 위해 자신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Archaeo Histories에 따르면 ‘개의 생활(A Dog's Life)’과 ‘숄더 암스(Shoulder Arms)’가 상영됐고, 설리번은 화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켈러의 손에 지문자로 전달했다. 켈러는 설리번의 손을 통해 영화의 이야기와 움직임을 따라갔고, 당시 기록에는 그가 영화를 보며 웃었다는 내용도 남아 있다.


다만 두 번째 상영작의 제목은 자료에 차이가 있다. Archaeo Histories는 ‘숄더 암스’라고 소개했지만 AFB 자료에는 ‘Man-At-Arms’로 기록돼 있다. 당시 상영 작품을 특정할 때는 이러한 자료상의 차이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역할이 뒤바뀐 순간도 있었다. 이번에는 켈러가 채플린에게 자신의 의사소통 방식을 가르쳤다. 켈러는 자신이 사용하던 촉각식 지문자를 채플린에게 알려줬고, 채플린은 그의 손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언어를 배웠다.


소리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 세계의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하던 무성영화 배우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던 켈러에게 손끝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운 셈이다.


당시 켈러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이자 강연자, 사회운동가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알리는 데 머물지 않고 장애인의 교육과 권리 향상을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냈다.


켈러는 채플린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기록을 남겼다. AFB가 소개한 그의 회고에는 채플린과 설리번이 가난을 경험했다는 공통점과 교육과 사회적 평등에 대한 관심 등이 언급돼 있다. 켈러는 특히 채플린이 자신에게만 관심을 보인 것이 아니라 설리번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역할을 존중했던 모습을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진 속 짧은 순간으로 남았지만, 그 장면에는 당시 두 사람이 세상과 소통했던 서로 다른 방식이 함께 담겨 있다. 채플린이 목소리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넸다면, 켈러는 손끝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언어를 나눴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할리우드의 한 스튜디오에서 서로의 ‘말 없는 언어’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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