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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빛이 향한 곳…〈성 마태오의 소명〉에 담긴 ‘선택의 순간’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9.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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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루카스, 17일 X에 카라바조 대표작 소개,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빛으로 그려낸 마태오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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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Caravaggio·1571~1610)의 〈성 마태오의 소명(The Calling of Saint Matthew)〉 작품. [사진=James Lucas x]

 

어두운 방 안, 사람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동전을 세고 있다. 그 순간 오른쪽에서 들어온 한 줄기 빛이 방 안을 가로지른다. 빛과 함께 등장한 예수 그리스도는 손을 들어 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Caravaggio·1571~1610)가 〈성 마태오의 소명(The Calling of Saint Matthew)〉에 담아낸 순간이다.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제임스 루카스(James Lucas)는 17일 자신의 X 계정에 이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카라바조를 ‘빛의 거장’이라고 표현하며 “이것은 그가 그린 가장 중요한 빛줄기일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성 마태오의 소명〉은 카라바조가 1599~1600년 무렵 제작한 대형 유화다. 작품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설치됐던 이탈리아 로마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San Luigi dei Francesi) 성당의 콘타렐리 예배당에 걸려 있다. 크기는 약 322×340㎝로, 카라바조가 로마에서 화가로서 명성을 넓히는 계기가 된 초기 공공 주문 작품 가운데 하나다.


그림의 소재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마태오의 부름이다. 당시 세리였던 마태오에게 예수가 자신을 따르라고 말하는 장면을 카라바조는 동시대 로마의 일상적인 공간처럼 그려냈다.


화면 오른쪽에 서 있는 그리스도의 손끝과 그 방향을 따라 들어오는 빛은 자연스럽게 탁자에 앉은 인물들을 향한다. 어둠 속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도 그 순간 빛을 따라 드러난다.


카라바조에게 빛은 단순히 화면을 밝히는 표현 수단이 아니었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어둠 속에 남길 것인지 결정하면서 이야기의 중심을 만들어내는 장치였다. 강렬한 명암 대비를 통해 인물과 사건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그의 표현 방식은 이후 유럽 바로크 회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루카스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빛이 향하는 곳이다. 그는 방 안의 여러 사람 가운데 빛이 성인이나 이미 구원받을 자격을 갖춘 인물이 아니라 당시 세리였던 마태오에게 향한다고 설명했다.


빛을 받은 인물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루카스는 이를 마치 “나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되묻는 순간처럼 읽었다. 뜻밖의 사람에게 찾아온 부름과 은총이 이 그림의 핵심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그림 속 인물 가운데 정확히 누가 마태오인지를 두고는 미술사적으로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전통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손끝을 따라 자신을 가리키는 수염 난 남성을 마태오로 보는 해석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손짓과 시선의 방향을 근거로 다른 인물을 마태오로 보는 견해도 제기돼 왔다.


루카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품을 카라바조의 삶과 연결했다.


카라바조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사건에 여러 차례 연루됐고, 1606년 로마에서 다툼 끝에 라누초 토마소니(Ranuccio Tomassoni)를 숨지게 한 뒤 로마를 떠나야 했다. 이후 나폴리와 몰타, 시칠리아 등을 옮겨 다니다 1610년 포르토 에르콜레에서 생을 마쳤다.


루카스는 이런 카라바조가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은총이 찾아올 수 있는 순간’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특별하게 바라봤다. 카라바조 자신 역시 그러한 가능성을 절실하게 믿고 싶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카라바조가 자신의 삶을 투영해 〈성 마태오의 소명〉을 그렸다고 입증할 직접적인 기록은 없다. 더욱이 이 작품은 그가 살인 사건에 연루되기 수년 전에 제작됐다. 따라서 작품과 화가의 후일 삶을 연결하는 부분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루카스가 제시한 개인적인 감상과 해석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는 게시물 마지막에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쓴 존 뉴턴(John Newton·1725~1807)의 말로 알려진 문장도 덧붙였다.


“나는 큰 죄인이며, 그리스도는 위대한 구원자다.”


노예무역에 종사했던 뉴턴은 이후 성공회 성직자가 됐으며, 자신의 신앙 경험을 바탕으로 ‘Amazing Grace’를 썼다. 카라바조와 뉴턴 사이에 직접적인 역사적 연관성은 없지만, 루카스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죄와 은총, 그리고 구원’이라는 주제로 연결했다.


〈성 마태오의 소명〉이 그려진 지 40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림 속 사건은 여전히 한순간에 멈춰 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던 한 사람에게 빛이 닿고, 손가락이 그를 가리키며, 그는 자신을 가리키듯 되묻는다.


카라바조는 그 짧은 순간을 한 줄기 빛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그 빛이 누구에게, 왜 향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일은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작품을 읽는 중요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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