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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따르는 평범한 순간을 명작으로…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 이경희 기자
  • 입력 2026.09.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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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세기 네덜란드 일상을 담은 베르메르 대표작으로 빛과 색채로 정적인 순간 포착
  • 엑스레이·첨단 스캔 조사 통해 밑그림에서 사라진 ‘주전자 선반·불바구니’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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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1632~1675)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우유 따르는 여인(The Milkmaid)’ [사진=The Masterpieces Archive X]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1632~1675)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우유 따르는 여인(The Milkmaid)’이 22일(현지시간)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X 계정 ‘The Masterpieces Archive’를 통해 다시 소개됐다.


게시물은 작품 이미지와 함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The Milkmaid by Johannes Vermeer,1660)’라는 설명을 달았다.


‘우유 따르는 여인’은 베르메르가 1660년 무렵 제작한 유화로,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이 소장하고 있다. 가로 41㎝, 세로 45.5㎝의 비교적 작은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한 여성이 테이블 앞에 서서 항아리에 담긴 우유를 그릇으로 따르는 모습이 담겼다. 테이블 위에는 빵과 바구니, 도자기 등이 놓여 있고 왼쪽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여성과 주변 사물을 비춘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한 장면이지만 베르메르는 인물과 사물, 빛을 세밀하게 배치해 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은 작품에서 “우유 줄기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특히 빛의 표현은 이 작품의 특징으로 꼽힌다. 창문에서 들어온 빛은 여성의 얼굴과 옷뿐 아니라 빵과 바구니, 도자기 표면에 닿는다. 베르메르는 밝은 색의 작은 점들을 이용해 빛이 사물 표면에 반사되는 모습을 표현했다. 빵과 바구니에서는 수백 개에 이르는 작은 빛의 점이 관찰된다.


노란색 상의와 선명한 파란색 앞치마 역시 화면의 중심을 이루면서 흰 벽과 대비된다. 인물을 비교적 낮은 시점에서 바라보도록 구성해 일상적인 일을 하는 여성이 화면에서 단단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갖도록 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이 무엇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연구 대상이 됐다. 국립미술관은 테이블 위에 놓인 많은 빵 조각 등을 근거로 여성이 마른 빵을 우유에 불려 만드는 일종의 빵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과학적 조사에서는 완성된 그림에서 볼 수 없는 베르메르의 초기 구상도 확인됐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연구진은 매크로 X선 형광분석(Macro-XRF)과 적외선 영상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작품의 물감층 아래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현재 비어 있는 여성 뒤쪽 벽에는 당초 여러 개의 주전자를 걸어놓는 선반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림 오른쪽 아래에는 커다란 불바구니가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르메르는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 두 요소를 덮어버렸다. 대신 오른쪽 아래에 델프트 타일과 작은 발난로를 남겼다. 배경의 사물을 줄이면서 여성과 우유를 따르는 행동에 시선이 집중되는 현재의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여성의 왼팔 아래에서 빠르게 그은 검은색 물감의 흔적도 발견했다. 이는 베르메르가 처음부터 모든 세부를 정교하게 완성해 나갔다기보다 먼저 밝고 어두운 부분을 비교적 빠르게 구성한 뒤 세부 묘사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우유 따르는 여인’은 1908년 렘브란트협회의 지원을 받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 구입했으며 현재까지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화려한 역사적 사건이나 상류층 인물이 아닌 우유를 따르는 하녀의 평범한 노동을 화면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베르메르는 움직임을 최소화한 공간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노란색과 파란색의 대비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의 일상적인 순간을 하나의 독립된 회화적 장면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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