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충 아닌 육상 갑각류, 일곱 쌍의 다리와 독특한 호흡기관 갖춰
화분을 옮기거나 돌을 들췄을 때 모습을 드러내는 작고 둥근 공벌레. 건드리면 몸을 동그랗게 말아 작은 공처럼 변하는 모습 때문에 친숙하지만, 이름과 달리 공벌레는 곤충이 아니다.
자연·동물 콘텐츠를 소개하는 Nature is Amazing은 25일 공식 X 계정에 공벌레(pill bug)의 사진을 올리고 흥미로운 생태적 특징을 소개했다. 게시물은 “공벌레는 실제로 곤충이 아니다”며 “새우와 바닷가재의 친척인 작은 육상 갑각류”라고 설명했다.
공벌레는 절지동물문 갑각류의 등각목(Isopoda)에 속한다. 새우와 게, 바닷가재처럼 갑각류에 포함되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곤충과는 분류부터 다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공벌레를 육지에 적응해 살아가는 등각류의 하나로 설명한다.
다리의 개수를 살펴보면 차이가 더욱 분명하다. 곤충은 일반적으로 세 쌍, 모두 여섯 개의 다리를 갖지만 공벌레는 몸의 일곱 마디에 한 쌍씩 모두 일곱 쌍, 14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공벌레가 햇볕이 강한 곳보다 축축한 흙이나 낙엽 아래, 돌 밑에서 자주 발견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배 쪽에는 호흡에 이용하는 복지(pleopod)가 있으며, 육상생활에 적응하면서 공기 중에서 기체교환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발달했다. 이 호흡기관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수분이 필요해 건조한 곳보다 습한 환경을 선호한다.
물을 얻는 방법도 독특하다. 육상 등각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먹이를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물론 물이 있는 환경에서는 입뿐 아니라 항문을 통해서도 물을 흡수할 수 있다.
공벌레 하면 떠오르는 ‘몸 말기’ 역시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위험을 느꼈을 때 단단한 외골격을 바깥으로 향하게 해 몸을 보호하는 방어 행동이다. 동시에 몸이 외부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을 줄여 수분 손실을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아르마딜리디움 불가레(Armadillidium vulgare)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몸을 둥글게 말았을 때 건조한 환경에서 수분 손실률이 약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몸집이지만 자연 속에서 맡고 있는 역할도 있다. 공벌레는 낙엽이나 썩어가는 식물성 물질 등을 먹으며 유기물의 분해 과정에 참여한다. 이 과정은 영양분이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무심코 지나쳤던 공벌레. 작은 몸에는 물속에서 살아온 갑각류의 흔적과 육지 환경에 적응하며 발달시킨 독특한 생존 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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