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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라마누잔을 수학의 세계로 이끈 한 권의 책

  • 윤슬 기자
  • 입력 2026.09.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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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명 없이 수천 개 공식·정리 담은 G. S. 카의 책,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독학의 출발점
  • 수론·무한급수·연분수 등에 독창적 성과, 32세 짧은 생애에도 수학사에 뚜렷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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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h Files’가 27일 X 계정을 통해 소개한 스리니바사 라마누잔과 G. S. 카의 저서 『A Synopsis of Elementary Results in Pure and Applied Mathematics』. 라마누잔은 16세 무렵 이 책을 접한 뒤 수록된 공식과 정리를 스스로 탐구하며 독창적인 수학 연구를 이어갔다. [사진=Math Files X]

 

증명은 거의 없고 수천 개의 공식과 정리만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불친절한 참고서였을지 모르지만, 16세의 스리니바사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1887~1920)에게는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서는 수학 탐구의 출발점이 됐다.


수학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Math Files’는 27일 X 계정을 통해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과 그의 수학 인생에 큰 영향을 준 한 권의 책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했다.


라마누잔이 1903년 무렵 접한 책은 영국 수학자 조지 쇼브리지 카(G. S. Carr)가 펴낸 『A Synopsis of Elementary Results in Pure and Applied Mathematics』다. 19세기 후반 출간된 이 책에는 당시 알려진 수천 개의 수학 공식과 정리가 압축적으로 정리돼 있었다.


특이한 점은 상당수 내용에 자세한 풀이와 증명이 생략돼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는 제시됐지만 그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은 독자가 직접 찾아야 하는 방식이었다.


라마누잔은 이 책을 단순히 읽고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제시된 공식과 정리가 왜 성립하는지를 직접 계산하고 확인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설명이 부족했던 책의 구성이 오히려 그에게 수많은 수학 문제를 던져준 셈이다.


수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두드러졌다. 10대 초반부터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카의 책을 만난 뒤에는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기존의 해법을 배우기보다 스스로 계산하고 규칙을 찾아내면서 새로운 공식과 관계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이어갔다.


이러한 독학은 라마누잔만의 독창적인 수학 세계를 만드는 밑바탕이 됐다. 반면 정규 수학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데 따른 한계도 있었다. 자신이 발견한 결과를 상세한 증명 없이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훗날 다른 수학자들이 그의 연구를 검증하고 증명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수학에 몰두하면서 대학 생활도 순탄하지 않았다. 1904년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수학 이외의 과목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학금을 잃었고, 결국 대학 학위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수학 연구는 멈추지 않았다. 베르누이 수와 수론, 무한급수, 연분수 등으로 관심 분야를 넓혀가며 독자적인 연구 결과를 쌓아갔다.


그의 연구가 세계 수학계에 알려진 것은 1913년이었다. 라마누잔은 자신이 발견한 공식과 정리를 담은 편지를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자 G. H. 하디에게 보냈다. 처음 보는 수많은 공식이 담긴 편지를 받은 하디는 그 안에 담긴 독창성에 주목했고, 두 사람의 인연은 라마누잔의 삶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라마누잔은 이듬해인 1914년 영국으로 건너가 하디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수론과 무한급수, 연분수, 해석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수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1918년에는 영국 왕립학회 회원(FRS)으로 선출됐고 같은 해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의 펠로가 됐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인도로 돌아갔고, 1920년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라마누잔의 연구는 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생전에 남긴 노트와 공식 가운데 상당수는 이후 수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증명되거나 새로운 연구로 이어졌다. 오늘날에도 그의 이름이 수학사에서 계속 언급되는 이유다.


16세에 만난 한 권의 책에는 친절한 풀이도, 완성된 증명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라마누잔은 비어 있는 설명을 스스로 채워나갔다. 답이 적혀 있었기에 공부한 것이 아니라, 답에 이르는 길이 없었기에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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