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만 9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석기 도구로 치아를 직접 파내는 시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발견은 인류 진화사에서 가장 오래된 치과 치료 사례로 평가되며, 네안데르탈인의 인지 능력과 의료 지식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 논문의 제목은 '네안데르탈인이 충치를 완화하기 위해 침습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가장 초기 증거(Earliest evidence for invasive mitigation of dental caries by Neanderthals)'이며,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표트르 대제 인류학·민족지학 박물관의 Alisa V. Zubova 연구팀이 수행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PLOS One 에 2026년 5월 13일 게재됐다.
연구진은 러시아 시베리아 남서부 알타이 산맥의 차기르스카야 동굴(Chagyrskaya Cave) 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아래쪽 어금니 ‘차기르스카야 64(Chagyrskaya 64)’를 분석했다. 이 치아는 약 5만 9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치아 내부 신경과 혈관이 있는 치수강까지 깊게 파인 비정상적인 구멍이 특징이었다.
연구팀은 현미경 분석, 마이크로 CT 촬영, 주사전자현미경(SEM), 라만 분광 분석 등을 통해 치아 표면의 미세 흔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자연적인 마모나 외부 충격이 아니라 인간이 의도적으로 도구를 사용해 치아를 깎아낸 흔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구멍 주변에서는 회전하며 파낸 듯한 긁힘 자국과 단계적인 홈 구조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실제로 현대인의 치아에 당시 동굴에서 발견된 재스퍼(jasper) 석기 도구를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고, 네안데르탈인 치아에서 발견된 흔적과 거의 동일한 패턴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과정은 약 35~50분가량 지속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사실상 초기 형태의 ‘치과 드릴링’ 또는 원시적 신경 치료에 가까운 행위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한 연구진은 시술 이후에도 해당 치아가 계속 사용된 흔적을 발견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순히 통증을 참는 수준을 넘어, 충치의 원인을 제거하고 기능을 유지하려는 목적의 치료 행위를 했음을 시사한다.
주저자인 주보바 연구원은 “치아의 주인이 통증의 원인을 이해하고 그것을 제거하려 했다는 점이 놀랍다”며 “이러한 사례는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이나 초기 현대 인류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순하고 야만적인 존재였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에 반하는 또 하나의 증거로 평가된다. 최근 학계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언어 사용, 상징 행동, 장례 문화, 약초 사용, 부상자 돌봄 등 복합적인 사회·문화 행동을 수행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발견은 여기에 의료적 개입 능력까지 추가하며, 네안데르탈인의 지적·문화적 수준이 현대 인류와 상당히 가까웠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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