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2028~2034 예산안에 ‘청정전환’ 본격 반영 추진
유럽연합(EU)이 2028~2034년 다년도재정프레임워크(MFF)를 통해 청정전환과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 재편에 나섰다. 특히 2026년 하반기 EU 이사회 의장국을 맡게 되는 아일랜드가 핵심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럽의 에너지·기후·산업 정책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일랜드 국제·유럽문제연구소(IIE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깔끔한 전환에 적합한 MFF(An MFF Fit for the Clean Transition)'에 따르면, EU는 지정학적 불안과 산업경쟁 심화 속에서도 기후정책을 후순위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경쟁력 강화 전략과 결합해 추진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차기 MFF가 단순한 예산 조정이 아니라 유럽의 청정산업 전략과 전력망 현대화, 지역균형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핵심 정책 도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청정산업전략(Clean Industrial Strategy)’과 ‘유럽경쟁력기금(ECF)’이 주요 축으로 거론된다.
EU는 청정산업정책 추진을 위해 1천억 유로 이상을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유럽경쟁력기금을 통해 약 4천억 유로 규모의 전력망 현대화와 청정기술 확대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 보조금 방식이 아니라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혼합금융 구조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보고서는 현재 유럽의 기후투자가 발전설비 확대 중심으로 치우쳐 있으며,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전기화, 열펌프, 친환경 교통 등 수요 측 투자 분야는 여전히 자금 부족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의장국이 에너지 수요관리와 효율 중심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력망 인프라 확대도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EU는 ‘유럽연결기금(CEF-Energy)’ 예산을 기존 2021~2027년 약 60억 유로 수준에서 2028~2034년 약 300억 유로 규모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국가 간 송전망 연결과 전력계통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보고서는 벨기에의 송전망 병목 현상이나 북유럽 국가들의 전력망 갈등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 단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초국경 에너지 인프라 문제를 EU 차원의 공동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EU가 추진 중인 ‘그리드 패키지(Grids Package)’도 주목된다. 해당 정책은 송전망 구축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럽 차원의 통합 전력망 계획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아일랜드 의장국이 이 법안의 핵심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보고서는 EU의 기후예산 관리체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현재 EU는 전체 예산의 35%를 기후·환경 분야에 사용하도록 목표를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환경 효과가 제한적인 사업까지 ‘녹색 투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회계감사원은 과거 2014~2020년 예산 기간 동안 EU 집행위가 제시한 기후예산 비율보다 실제 기후효과가 낮았다고 평가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보다 엄격한 성과 규정과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아일랜드 의장국이 청정전환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유럽 전체의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산업전략을 연결하는 ‘유럽 공공재’ 개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전력망 통합, 지역균형 투자, 효율 중심 에너지정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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